꽃말은 옛날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라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찾아보면 사이트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어떤 곳은 한 꽃에 뜻을 예닐곱 개씩 달아 놓고, 어떤 곳은 전혀 다른 뜻을 적어 둡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꽃말은 한 곳에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뜻은 오래된 문헌에 적혀 있고, 어떤 뜻은 신화에서 왔고, 어떤 뜻은 그 식물이 실제로 하는 일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상당수는 비교적 근래에 만들어졌습니다.
한 가지 미리 밝혀 둡니다. 이 글은 꽃말이라는 말을 넓게 씁니다. 오래된 문헌에 나오는 상징과, 200년쯤 전에 사전으로 정리된 꽃말은 사실 서로 다른 층입니다. 앞의 것이 뒤의 것으로 곧장 이어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꽃말」이라 부르며 검색하는 것 안에 그 층들이 섞여 있으므로, 이 글은 섞인 채로 다루되 어느 층에서 온 것인지를 갈라 보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꽃말을 나열하지 않습니다. 꽃말이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나누어 보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출처를 알면 그 뜻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도 함께 알게 됩니다.
하나. 고전에서 온 뜻
가장 단단한 쪽입니다. 문헌에 적혀 있고 그림에 그려져 있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화가 그렇습니다.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에 들었고, 서리를 이기고 피는 성질에서 절개라는 뜻을 얻었습니다. 도연명이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꺾은 대목은 은일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런 뜻은 누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천 년 넘게 쓰인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국화가 오늘 한국에서는 장례식장의 흰 꽃이기도 합니다. 절개의 꽃이 어떻게 애도의 꽃이 되었는지는 따로 다뤘습니다.
→ 국화 꽃말과 사군자 · 서리를 이기는 꽃의 상징사
「서리를 이긴다」는 말은 비유만이 아닙니다. 국화가 가을에 피는 데는 낮 길이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들국화라 부르는 것이 실은 한 종이 아니라는 점도 꽃말을 읽을 때 걸립니다.
→ 국화는 왜 가을에 피나 — 단일식물과 광주기의 과학
→ 국화 종류 총정리 — 대국·소국·스프레이, 그리고 들국화의 오해
→ 국화 완전 가이드 — 종류·키우는 법·꽃말부터 사군자까지
둘. 신화에서 온 뜻
신화에서 온 뜻은 오래되었지만 다루기가 까다롭습니다. 같은 이름이 여러 문화권을 거치며 다른 식물을 가리키게 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수련이 그 사례입니다. 속명 Nymphaea부터 물가의 정령 님프와 이어진 이름이고, 고대 이집트의 창세 신화에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로터스라는 이름 하나가 서로 다른 두 식물을 가리켜 온 탓에, 어느 이야기가 어느 꽃의 것인지가 뒤섞였습니다.
→ 수련 꽃말과 그림·신화 속 수련
이 글에는 현대의 꽃말이 어디서 왔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를 정리한 대목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꽃말의 역사를 자세히 보고 싶으시면 그 절이 낫습니다. 여기서는 아래 「넷」에서 왜 사이트마다 뜻이 갈리는가에 필요한 만큼만 짚습니다.
이름이 뒤섞인 두 식물을 실제로 어떻게 가르는지, 그리고 그 꽃이 그림에서 어떻게 그려졌는지는 따로 있습니다.
→ 수련과 연꽃, 뭐가 다를까? 잎의 틈 하나로 구별하는 법
→ 모네의 수련 — 식물학자가 본 수면의 그림
→ 수련 완전 가이드 — 연꽃과의 차이부터 모네의 수련까지
셋. 식물이 실제로 하는 일에서 온 뜻
가장 흥미로운 갈래입니다. 사람이 붙인 상상이 아니라 식물의 성질이 그대로 뜻이 된 경우입니다.
수국은 실제로 색을 바꿉니다. 흙 속 조건에 따라 파랑에서 분홍으로 옮겨 갑니다. 그래서 변심이라는 뜻과 잘 어울려 보이고, 실제로 그렇게 설명하는 글이 많습니다. 다만 그 뜻이 색 변화에서 나왔다는 근거는 저희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19세기 영국 꽃말 사전(케이트 그리너웨이)이 수국에 붙인 말은 「허풍쟁이(a boaster)」와 「무정함(heartlessness)」입니다. 색이 변한다는 성질과 오늘의 꽃말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은 맞지만, 앞의 것이 뒤의 것을 낳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갈래에서도 동서양이 갈립니다. 같은 성질을 두고 한쪽은 변덕으로 읽고 다른 쪽은 다른 뜻으로 읽었습니다.
→ 수국 꽃말이 ‘변심’이 된 이유 — 동서양 차이와 인상파 정원의 수국
색이 왜 바뀌는지는 흔히 알려진 것과 조금 다릅니다. 흙의 산도만이 아니라 다른 것이 함께 결정합니다.
→ 수국 색이 바뀌는 진짜 이유 — 토양 pH보다 알루미늄이 결정한다
→ 수국 완전 가이드 — 종류·키우는 법·꽃 색 변화의 원리
이 갈래에 들어갈 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잎과 꽃이 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입니다. 그 성질을 눈으로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꽃무릇 상사화 차이 — 피는 순서로 구별하는 법」).
넷. 근래에 만들어진 뜻
그리고 가장 많은 갈래가 남았습니다. 지금 인터넷에서 보시는 꽃말의 상당수는 고전에서도 신화에서도 오지 않았습니다. 200년이 채 안 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목록에서 왔습니다.
출발점으로 꼽히는 책이 있습니다. 1819년 파리에서 나온 『꽃의 언어(Le Langage des Fleurs)』입니다. 지은이는 샤를로트 드 라투르라는 이름을 썼는데 필명이었습니다. 이 책이 유럽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꽃의 상징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아 사전 형태로 묶었습니다. 그 전에도 꽃에 뜻을 붙이는 관습은 있었지만, 이 갈래만 다룬 책으로는 이것이 처음입니다. 독일어·스페인어·영어로 번역되며 수많은 모방작을 낳았고, 영국에서 유행한 꽃말 체계도 여기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그 뒤로 사전이 계속 나왔고, 사전마다 뜻이 달랐습니다. 이 갈래가 「사이트마다 꽃말이 왜 다른가」라는 질문의 직접적인 답입니다. 원래부터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1884년 영국에서 나온 케이트 그리너웨이의 사전을 펴 보면 수국은 「허풍쟁이」와 「무정함」입니다. 지금 한국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변심」과도 다릅니다.
한국에 들어온 경로는 한 번 더 굽어 있습니다. 유럽의 사전이 일본을 거치며 하나코토바로 정리됐고, 그것이 다시 우리말로 옮겨져 인터넷에 쌓였습니다. 옮겨질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으니 지금 검색되는 꽃말은 여러 번 번역된 목록의 마지막 판인 셈입니다. 출처가 흐린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경로가 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꽃말을 어떻게 읽을까
꽃말을 찾으셨을 때 이렇게 확인해 보십시오.
출처가 붙어 있는가. 문헌이나 신화나 식물의 성질처럼 근거를 댈 수 있는 뜻은 비교적 단단합니다. 아무 설명 없이 뜻만 나열된 것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 꽃에 뜻이 몇 개인가. 한 꽃에 예닐곱 개가 붙어 있다면 여러 출처가 섞여 들어온 것입니다. 그중 어느 것이 오래된 것이고 어느 것이 최근에 붙은 것인지는 대개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라마다 같은가. 다르다면 그 뜻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문화의 것입니다. 국화가 동아시아에서 절개이고 한국에서 애도인 것처럼, 수국이 동서양에서 다르게 읽힌 것처럼요.
한 가지 덧붙입니다. 뜻이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라 해서 가짜인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 뜻으로 꽃을 주고받으면 그것도 실제로 작동하는 의미입니다. 다만 그것을 옛날부터 그랬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 장 정리
| 출처 | 성격 | 이 블로그의 사례 |
|---|---|---|
| 고전 | 문헌에 남아 확인된다 | 국화 |
| 신화 | 오래되었으나 이름이 뒤섞인다 | 수련 |
| 식물의 성질 | 눈으로 확인된다 | 수국 |
| 근래에 만들어진 것 | 가장 많고 출처가 흐리다 | 1819년 라투르 사전 이후의 목록들 · 수국(허풍쟁이·무정함) |
앞으로 다루는 꽃마다 이 자리에 한 줄씩 더해 가겠습니다. 지금은 셋이지만 계속 늘어납니다. 꽃 하나를 깊이 알고 싶으시면 각 이름을 누르시면 됩니다.
출처 · 도연명이 국화를 꺾는 대목은 「음주(飮酒)」 제5수의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입니다.
수련의 속명 Nymphaea가 물의 정령 님프와 이어진다는 것과 고대 이집트 자료는 이 글이 링크한 「수련 꽃말과 그림·신화 속 수련」 편에서 확인한 내용입니다.
1819년 『꽃의 언어(Le Langage des Fleurs)』와 저자 샤를로트 드 라투르(필명)에 관한 서술은 코넬대학교 도서관 전시 자료를 따랐습니다.
수국을 「a boaster, heartlessness」로 적은 것은 케이트 그리너웨이 『Language of Flowers』(1884) 원문입니다.
모두 2026년 9월 4일 확인했습니다.
이미지 · 케이트 그리너웨이 『Language of Flowers』 삽화(위키미디어 커먼즈 기재는 1885년 판이며 저작자 항목은 발행사 Routledge, Publisher로 적혀 있습니다)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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