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수련 — 식물학자가 본 수면의 그림

모네는 지베르니의 같은 연못을 서른 해 가까이 그렸습니다. Nymphaea, 우리말로 수련이라 부르는 이 수생식물이 그 연못의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모네가 실제로 캔버스에 옮긴 것은 꽃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수련잎이 물 위에 완벽히 편평하게 뜨면서 만들어 낸, 거울 같은 수면이었습니다. 그 편평함은 우연이 아닙니다. 수련잎 내부의 특정한 구조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식물 정보 한눈에 보기
  • 국명: 수련 / 학명: Nymphaea L.
  • 과명: 수련과(Nymphaeaceae)
  • 원산지: 전 세계 온대·열대 습지에 걸쳐 자생(속 전체 기준, 종에 따라 상이)
  • 생육형: 다년생 수생식물, 부엽형(잎이 수면에 뜸)
  • 개화기: 품종·기후에 따라 다르며 온대 지역 기준 대체로 여름철(품종별 상이, 확정 수치는 각 스포크 글에서 다룸)
  • 주요 특징: 잎 내부 통기조직으로 부력 확보, 기공이 잎 윗면에만 배치
  • 독성·주의 여부: 진짜 수련(Nymphaea)의 반려동물 안전성은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음 — '워터릴리'라는 공통명만으로는 이 종의 독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학명·사진 지참해 수의사·동물 독성상담기관 문의 권장. 이름이 비슷한 백합속(Lilium)은 고양이에 치명적이므로 혼동 주의
간단 주의

수련(Nymphaea)과 백합(Lilium)은 이름과 '나리·백합'이라는 통칭이 겹쳐 혼동되기 쉽지만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두 속의 위험도를 같은 문장으로 등치할 수는 없습니다. 진짜 수련의 반려동물 안전성은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습니다 — 동물 독성 전문기관인 Pet Poison Helpline이 위장관 자극 가능 범주로 분류하는 대상은 'Water Lily'라는 공통명이며, 여기에는 여러 속·종이 함께 묶일 수 있어 그 자체가 Nymphaea 특정 종의 독성을 확정하는 근거는 아닙니다. 한편 아시아틱 나리 등 백합속 식물은 고양이에게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 식물로, 이름의 혼동 가능성과 별개로 위험도 자체는 훨씬 심각합니다. 화분·꽃다발을 들일 때는 정확한 학명을 확인하고, 반려동물이 실제로 식물을 섭취했다면 종류를 막론하고 학명과 사진을 지참해 수의사나 동물 독성상담기관과 즉시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모네는 왜 같은 연못을 30년 넘게 그렸을까

모네는 1893년 2월, 자신의 집이 있는 부지에서 철길 건너편 땅을 추가로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인근 엡트강의 지류에서 물을 끌어와 연못에 댈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수생식물이 강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 허가는 거절되었습니다. 모네는 그해 7월 이의를 제기하며, 자신이 심으려는 것은 "수련, 갈대, 여러 품종의 붓꽃 같은" 식물일 뿐이고 이는 "눈을 즐겁게 하려는 한가로운 일"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이후 정원에는 연못과 일본풍 목조다리가 들어섰지만, 정확히 언제 완성되었는지는 남아 있는 자료로 특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1905년에 찍힌 사진에는 이미 완성된 연못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정원은 처음부터 꽃을 감상하려고 만든 정원과는 성격이 달랐습니다. 모네는 이곳에서 꽃이 아니라 물 자체를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1901년 8월, 모네는 엡트강의 다른 지류를 자신의 부지로 끌어오는 허가를 다시 신청했고, 그해 12월 최종 승인을 받아 연못을 확장했습니다. 지베르니 당국은 이 승인에 "연못이 공중보건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갈수록 이 연못이 그의 작업 전체를 빨아들였습니다.

이 연못은 모네 말년의 거의 유일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약 250점에 이르는 수련 연작을 그렸습니다. 초기에는 일본식 다리가 걸린 연못의 전경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말년으로 갈수록 다리도 물가도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오직 수면과 그 위에 뜬 잎, 그리고 수면에 비친 하늘만 남은 화면으로 나아갔습니다. 서른 해에 걸쳐 같은 자리를 그리면서도, 그림은 점점 더 그 자리에서 멀어져 간 셈입니다.

1914년부터 모네는 더 큰 규모의 수련 연작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집 근처에 별도의 대형 화실을 새로 지었는데, 천장에 커다란 채광창을 내고 바퀴 달린 이젤을 들여 높이 2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를 다룰 수 있게 만든 이 화실은 1915년(자료에 따라 1915~1916년으로도 기재)에 완공되었습니다. 이후 1926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마흔 점이 넘는 대형 패널과 그보다 작은 관련작 여러 점을 그렸습니다. 연못 옆에서 스케치를 하던 화가가, 어느새 연못 하나를 위한 전용 작업실까지 짓게 된 셈입니다.

수련잎은 어떻게 물 위에 뜨는가

수련잎이 물 위에 편평하게 뜨는 이유는 잎 내부에 있습니다. 잎 조직 안에는 통기조직이라 불리는 공기주머니 층이 넓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공간이 잎을 마치 튜브처럼 띄웁니다. 그래서 수련잎은 줄기의 힘으로 수면 위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공기를 채운 채 물 위에 얹혀 있는 셈입니다.

기공의 배치도 독특합니다. 육상식물의 잎은 대개 양면이나 뒷면에 기공을 둡니다. 반면 수련잎은 기공이 오직 윗면에만 있습니다. 아랫면은 항상 물에 맞닿아 있으니, 그쪽으로 공기를 주고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물 손실 압력이 낮다고 해서 잎 표면이 무방비인 것은 아닙니다. 수련잎 윗면에는 물을 밀어내는 왁스질 표면이 있어, 빗물이나 이슬이 스며들지 않고 방울째 굴러떨어집니다.

통기조직과 부력 구조가 만드는 결과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물결이 잔잔한 순간에는 수련잎이 거의 흔들림 없이 수면 위에 얹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편평하고 고요한 표면이, 하늘과 구름과 빛을 고스란히 되비추는 자연의 거울면을 만듭니다.

모네가 캔버스에 옮긴 것은 결국 이 거울면이었습니다. 꽃의 색이 아니라, 잎이 물 위에 떠 있는 방식 자체가 그림의 재료였던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통기조직 하나가 만드는 부력 구조가 없었다면 모네가 그토록 오래 붙들고 있던 반사의 화면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지베르니 연못에는 원래 색 있는 수련이 없었다

모네의 연못이 자연 그대로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색은 당대 최신 원예 육종의 결과물이었습니다. 모네가 정원을 만들 당시 프랑스 원예시장에서 흔히 유통되던 내한성 수련은 유럽 자생종인 흰수련(Nymphaea alba) 계통이 중심이었습니다. 다만 유럽 대륙 전체를 놓고 보면 흰수련 한 종류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 Kew POWO는 유럽에 분포하는 또 다른 자생종으로 N. candida도 별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분홍이나 노랑, 빨강 같은 색은 유럽의 겨울을 견디지 못하는 열대 품종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라투르말리악이 교배종을 내놓기 전 프랑스 원예시장의 연못은, 겨울을 나려면 흰색을, 색을 가지려면 겨울을 포기해야 하는 양자택일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이 벽을 처음 깬 사람이 프랑스의 육종가 조제프 보리 라투르말리악입니다. 그는 유럽 흰수련에 북미산 노랑수련을 교배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케이프코드산 붉은수련까지 더해, 유럽 최초로 겨울을 나면서도 색을 지닌 수련을 만들어 냈습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이 교배종들을 출품해 1등상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모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네는 라투르말리악의 묘목장에 수련을 주문했습니다.

즉 모네가 그린 분홍빛, 노란빛 수련은 자연이 원래 유럽 연못에 준비해 둔 색이 아닙니다. 한 육종가가 대서양 건너 종들을 교배해 처음으로 만들어 낸 색이었던 셈입니다. 화가의 팔레트가 식물학자의 교배 노트와 만난 지점이 바로 이 연못입니다. 라투르말리악의 묘목장은 지금도 프랑스 남서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련 전문 묘목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랑주리의 두 타원형 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모네가 국가에 기증한 대형 패널 8점의 최종 목적지는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입니다. 정치인 조르주 클레망소의 주선으로 1922년 국가 기증이 확정되었습니다. 모네는 건축가와 함께 전시실 설계에 직접 관여했습니다. 벽면을 따라 자연광이 들어오는 채광창까지 요구했습니다.

여덟 개의 대형 패널이 두 개의 타원형 방에 나뉘어 걸립니다. 두 방을 이으면 무한대 기호 모양이 됩니다. 이 공간은 모네가 세상을 떠난 지 몇 달 뒤인 1927년 5월 17일 제막식을 가졌고, 5월 20일부터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결국 모네 자신은 완성된 전시실을 보지 못한 셈입니다.

지베르니의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수련 한 포기가, 결국 파리 한복판의 방 두 개를 통째로 채우는 벽화가 되었습니다. 관람객은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사방이 수련으로 둘러싸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수련 연못 전경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가 조성한 수련 연못.

수련과 연꽃, 헷갈리지 않으려면

수련과 연꽃은 여름철 물가에서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는 인상이 비슷해 자주 혼동됩니다(정작 잎의 생김새는 정반대입니다 — 수련 잎은 수면에 납작하게 뜨지만, 연꽃 잎은 줄기가 물 위로 솟아올라 잎을 공중에 띄웁니다). 다만 두 식물은 과 자체가 다릅니다. 수련은 수련과, 연꽃은 연꽃과에 속하는 서로 다른 계통의 식물입니다. 이 둘의 구체적인 구분법은 별도로 다룬 글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 글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모네가 그린 Nymphaea는 연꽃이 아니라 수련이라는 사실입니다.

두 식물의 구체적인 구분법은 수련과 연꽃, 뭐가 다를까? 잎의 틈 하나로 구별하는 법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수련을 실제로 만난다면, 꽃보다 먼저 잎을 눈여겨보길 권합니다. 그 잎이 어떻게 흔들림 없이 물 위에 얹혀 있는지 살펴보는 순간, 모네가 서른 해 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참고 출처

댓글 없음

문의하기 양식

이름

이메일 *

메시지 *

Cli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