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갈대 구별 — 이삭 색보다 먼저 볼 것, 물억새와 달뿌리풀까지

산비탈을 덮은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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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는 은색이고 갈대는 갈색이라고들 합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기준 하나로는 자주 어긋납니다. 갈대도 겨울로 갈수록 색이 바래 희끗해지고, 억새도 이삭 털이 자줏빛을 띠는 것과 흰 것이 있습니다. 게다가 가을 물가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무리는 억새가 아니라 물억새일 수 있습니다. 색보다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발밑입니다.

산비탈을 덮은 억새밭
제주 산굼부리의 억새밭이다. 억새는 이렇게 산비탈과 언덕에 포기를 이루고 산다.

세 걸음으로 후보를 좁힙니다

  • 산비탈이나 언덕에 포기를 이루고 서 있으면 억새일 가능성이 큽니다
  • 물가나 습지에서 이삭 끝이 아래로 처져 있으면 갈대를 먼저 봅니다. 물억새도 키가 커서 키만으로는 가르기 어렵습니다
  • 물가인데 이삭이 희고 위로 벌어져 있으면 물억새를 살핍니다
  • 냇가 모래땅에서 줄기가 땅 위로 길게 기어가면 달뿌리풀을 의심합니다

먼저 답하면, 사는 곳이 가릅니다

넷 다 벼과에 드는 여러해살이풀이고, 가을에 이삭을 올려 바람에 흔들린다는 점도 같습니다. 그래서 이삭만 쳐다보면 헷갈립니다. 그런데 주로 자라는 자리는 꽤 다릅니다. 서울시 공원 자료도 이 넷이 들판에서 함께 있으면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고 적을 만큼 섞여 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어디에서 자라는지를 먼저 보면 후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억새는 산비탈과 능선, 마른 풀밭에 삽니다. 물억새는 그 이름대로 물가와 저지대에 삽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갈대를 두고 습지나 냇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적습니다. 달뿌리풀은 냇가에 흔하고, 국립수목원 도감은 물가 모래땅에 자란다고 적습니다.

그러니 억새축제가 열리는 산에 올라가 본 은빛 물결은 억새이고, 하구의 갯벌 가장자리를 가득 메운 키 큰 무리는 갈대입니다. 발밑이 젖어 있는지 말라 있는지만 보아도 절반은 갈립니다.

갈대 · 키와 처진 이삭

갈대는 큽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기재에 따르면 줄기 높이가 100에서 300센티미터이고 속이 비어 있습니다. 잎도 큽니다. 길이 20에서 50센티미터, 폭 2에서 4센티미터로 넓고, 끝이 밑으로 처집니다. 억새 잎은 이보다 좁고, 가운데 잎줄이 희며 가장자리가 날카롭습니다. 서울시 공원 자료는 억새 잎 가장자리를 잘못 만지면 손을 베어 피가 나기도 한다고 적습니다.

꽃차례 끝이 처진 갈대
늦가을의 갈대다. 꽃차례 끝이 아래로 처지고 잎이 넓다.

꽃은 9월에서 10월에 핍니다. 색은 처음에 붉은색이었다가 붉은 갈색으로 변합니다. 전체 꽃차례는 길이 15에서 40센티미터인데, 여기서 갈대의 인상이 결정됩니다. 끝이 처집니다. 무거운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 둔 듯한 모양입니다. 억새의 이삭이 손가락을 펼친 것처럼 위로 벌어지는 것과는 실루엣부터 다릅니다.

멀리서 역광으로 보면 둘 다 은빛으로 반짝이지만, 이삭 끝이 아래로 쳐졌는지 위로 벌어졌는지는 실루엣만으로도 보입니다. 색이 아니라 모양을 보십시오.

억새와 물억새 · 까락이 있는가

물가에서 갈대라고 부르는 무리가 실제로는 물억새일 때가 있습니다. 물가에 서 있고 무리를 지으니 갈대로 보입니다. 그런데 꽃차례가 유난히 희고 위로 벌어져 있다면 물억새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억새와 물억새는 같은 억새속에 들지만 서로 다른 종입니다. 물억새는 Miscanthus sacchariflorus이고, 억새는 Miscanthus sinensis 계열입니다. 억새의 학명은 목록마다 적는 방식이 다릅니다. 국립수목원의 국가표준식물목록은 Miscanthus sinensis의 변종(var. purpurascens)으로 적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생물종목록은 Miscanthus sinensis로 적습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서울시가 공원 자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억새는 산지에 살고 물억새는 물가에 삽니다. 억새는 뿌리줄기가 짧고 굵어 줄기가 한자리에 모여납니다. 물억새는 뿌리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으며 줄기가 한 대씩 떨어져 올라와 큰 군락을 이룹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자리가 있습니다.

억새 작은이삭에서 뻗어 나온 까락
억새의 작은이삭이다. 가운데에서 삐져나온 가는 실이 까락이고, 물억새에는 이런 긴 까락이 없거나 매우 짧다. 아래 눈금 한 칸이 5밀리미터다.

억새의 작은이삭에는 까락이 있습니다. 까락은 작은이삭 안쪽 껍질(호영) 끝에서 길게 삐져나오는 가는 털 같은 구조로, 억새는 길이가 8에서 15밀리미터쯤 됩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물억새의 까락을 두고 없거나 매우 짧다고 적습니다. 그래서 물억새의 꽃차례는 잔털만 남아 전체가 더 희고 매끈해 보입니다.

까락 없이 흰 물억새 꽃차례
물억새의 꽃차례다. 긴 까락이 없어 잔털만 남고 전체가 희게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이삭 한 뭉치를 손바닥에 올려 보면 확인됩니다. 삐죽 튀어나온 가는 실이 보이면 억새이고, 솜털뿐이면 물억새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을 물가에서 유난히 희게 보이는 무리는 물억새일 수 있습니다.

갈대와 달뿌리풀 · 땅 위로 기는 줄기

갈대와 꼭 닮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달뿌리풀입니다. 같은 갈대속이고 생김새도 비슷해서 물가에서 마주치면 그냥 갈대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갈대를 설명하면서 달뿌리풀과의 차이를 이렇게 적습니다. 갈대는 달뿌리풀에 비해 땅 위에 기는줄기가 없고, 작은이삭이 길이 12에서 17밀리미터로 길다는 것입니다. 달뿌리풀은 잎혀 위에 달리는 털의 길이도 1밀리미터 이하로 아주 짧습니다.

자갈밭 위로 뻗은 달뿌리풀 기는줄기
달뿌리풀이다. 자갈밭 위로 뻗은 줄기가 기는줄기이고, 마디마다 새 줄기가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맨눈으로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기는줄기입니다. 갈대는 뿌리줄기가 땅속으로 뻗지만, 달뿌리풀은 줄기가 땅 위로 기어 나가면서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고 새 줄기를 세웁니다. 국립수목원 도감은 이 땅 위 줄기가 3에서 4미터까지 길게 뻗는다고 적습니다. 모래나 자갈 위로 줄기가 뻗어 있고 그 마디에서 잎이 올라와 있으면 달뿌리풀을 의심해 볼 만합니다.

사는 자리의 경향도 조금 다릅니다. 갈대는 갯벌과 기수역 같은 해안 습지부터 내륙의 강가까지 젖은 땅에 널리 자라고, 달뿌리풀은 냇가의 모래땅에서 흔히 보입니다.

한눈에 비교

구분 억새 물억새 갈대 달뿌리풀
사는 곳 산비탈·능선·마른 풀밭 물가·저지대 습지·냇가·하구 냇가·물가 모래땅
줄기 짧은 뿌리줄기에서 모여난다 긴 뿌리줄기에서 한 대씩 난다 땅속 뿌리줄기, 높이 100~300센티미터 땅 위로 기는줄기
이삭 모양 위로 벌어진다 위로 벌어진다 끝이 처진다 갈대와 비슷하다
이삭 색 노란빛 도는 흰색, 자줏빛 털을 띠기도 갈색에서 은백색으로 붉은색에서 붉은 갈색으로 갈대와 비슷하다
까락 있다 없거나 매우 짧다 구별에 쓰지 않는다 구별에 쓰지 않는다
학명 Miscanthus sinensis 계열 Miscanthus sacchariflorus Phragmites australis Phragmites japonicus (국가생물종목록은 japonica)

어디서 무엇을 보나

이름난 자리를 떠올리면 기준이 더 분명해집니다. 순천만과 서천 신성리처럼 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에 펼쳐진 곳은 갈대밭이라고 부릅니다. 정선 민둥산과 포천 명성산, 제주 산굼부리처럼 산과 언덕에 있는 곳은 억새밭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이미 답을 말하고 있습니다.

한자리에서 둘을 함께 보고 싶다면 큰 강의 둔치가 좋습니다. 물가 쪽에는 갈대와 물억새가, 둑 위 마른 땅에는 억새가 서 있는 일이 흔합니다. 몇 걸음 옮기며 이삭 끝을 살피면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같은 방식으로 헷갈리는 가을 식물을 더 보고 싶다면 꽃무릇과 상사화 구별과 돼지풀과 환삼덩굴 구별도 같은 요령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억새와 갈대를 한 번에 가르는 방법이 있나요?

사는 곳을 보십시오. 산비탈이면 억새, 물가면 갈대나 물억새입니다. 그다음은 이삭의 실루엣입니다. 갈대는 꽃차례 끝이 아래로 처지고 억새는 위로 벌어집니다. 색은 시기에 따라 변하므로 마지막에 봅니다.

Q. 억새와 물억새는 어떻게 다른가요?

같은 억새속의 다른 종입니다. 억새는 주로 산지에 살고 줄기가 모여나며 작은이삭에 긴 까락이 있습니다. 물억새는 물가에 살고 긴 뿌리줄기에서 줄기가 한 대씩 나며, 까락이 없거나 매우 짧아 꽃차례가 더 희게 보입니다.

Q. 달뿌리풀은 갈대와 무엇이 다른가요?

달뿌리풀은 줄기가 땅 위로 기어 나가면서 마디마다 뿌리를 내립니다. 갈대는 그런 기는줄기가 없습니다. 자라는 자리의 경향도 달라서 달뿌리풀은 냇가의 모래땅에서 흔하고, 갈대는 해안 습지부터 내륙 강가까지 젖은 땅에 널리 자랍니다.

Q. 갈대밭으로 이름난 곳에서 본 흰 무리도 갈대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순천시의 순천만습지 안내도 멀리서 보면 갈대밭 일색이지만 가까이 가면 물억새와 쑥부쟁이 등이 곳곳에 무리를 이룬다고 적습니다. 이삭 끝이 아래로 처져 있으면 갈대, 위로 벌어지고 희면 물억새 쪽을 먼저 봅니다.

Q. 억새밭을 지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억새 잎은 가장자리가 날카로워 맨손으로 훑으면 베일 수 있습니다. 서울시 공원 자료도 억새 잎 가장자리를 잘못 만지면 손을 베어 피가 나기도 한다고 적습니다. 억새밭 사이를 지날 때는 잎을 손으로 쓸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 국가생물종목록 ·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 억새, 물억새, 갈대, 달뿌리풀 종 해설
  • 국립수목원 · 국가표준식물목록,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식물도감 · 억새, 참억새, 물억새, 갈대, 달뿌리풀
  • 서울특별시 서울의 공원 · 억새? 물억새? (2021-12-16)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생물다양성정보 · 갈대
  • 순천시 순천만습지 · 갈대 안내

이미지 출처

  1. 제주 산굼부리 억새 · 골뱅이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2. 갈대 · 최옥석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3. 억새의 작은이삭과 까락 · Stefan.lefnaer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4. 물억새 꽃차례 · Agnieszka Kwiecień, Nova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5. 달뿌리풀의 기는줄기 · Kei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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