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열매, 주워서 먹기 전에 알아야 할 네 가지

은행나무 씨앗의 바깥 육질층과 반으로 자른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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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길가에 은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해마다 같은 질문이 돌아옵니다. 주워도 되는지, 맨손으로 만져도 되는지, 익히면 얼마든지 먹어도 되는지입니다. 먼저 답부터 드리면 가로수 은행을 줍는 일 자체는 대체로 문제가 없고, 조심할 것은 그다음 세 단계에 있습니다. 껍질을 벗기는 손, 익히는 정도, 그리고 먹는 개수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먼저 정리하고 갈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은행 열매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열매가 아닙니다.

은행나무
국명 은행나무
학명 Ginkgo biloba L.
과명 Ginkgoaceae (은행나무과)
원산지 중국
생육형 낙엽 큰키나무, 암수딴그루
결실기 9월에서 11월
먹는 부분 바깥 육질층과 단단한 껍질을 벗긴 안쪽 알맹이
주의 바깥 육질층 접촉 시 피부 자극, 알맹이 과다 섭취 시 신경계 증상 보고
먼저 읽어 주십시오
은행 알맹이는 익혀서 먹는 것이 원칙이며, 한 번에 많이 먹으면 구토나 경련 같은 신경계 증상이 보고됩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는 양을 엄격히 제한해야 합니다. 아래 개수 안내는 공공기관이 안내하는 예방 기준이지 그 이하가 안전하다고 보장하는 수치가 아닙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에 가십시오. 임신 중이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특히 경련과 관련된 약을 쓰고 있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십시오.

은행은 열매가 아니라 씨앗입니다

사과나 감 같은 열매는 꽃의 씨방이 자라서 생깁니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씨방이 없는 겉씨식물입니다. 씨방이 없으니 식물학에서 말하는 열매를 만들 수 없습니다. 노랗고 물렁한 그 부분은 과육이 아니라 씨앗을 감싼 껍질의 가장 바깥층입니다.

이 구조를 알면 다음 이야기가 전부 쉬워집니다. 은행 씨앗은 세 겹으로 싸여 있습니다. 바깥은 물렁하고 노란 육질층입니다. 냄새와 피부 자극이 여기서 나옵니다. 그 안에는 희고 단단한 껍질이 있습니다. 우리가 깨서 벌리는 그 껍데기입니다. 다시 그 안에 얇은 속껍질이 있고, 마지막으로 연한 녹색 알맹이가 나옵니다. 먹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깥층의 문제와 안쪽 알맹이의 문제가 서로 다른 성분에서 온다는 점입니다. 손이 가려운 것과 많이 먹으면 위험한 것은 원인이 다릅니다. 이 둘을 한 덩어리로 묶어 은행은 독이 있다고만 말하면 어디를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은행나무 씨앗의 바깥 육질층과 반으로 자른 단면
바깥 육질층이 붙은 씨앗과 단면
바깥 육질층을 제거해 흰 껍질만 남은 은행
육질층을 벗긴 단단한 껍질
단단한 껍질을 깨 속껍질과 알맹이가 드러난 은행
껍질을 깨서 드러난 알맹이

왼쪽부터 바깥 육질층이 붙은 씨앗과 그 단면, 육질층을 벗긴 단단한 껍질, 껍질을 깨서 드러난 알맹이다. 조심할 지점이 층마다 다르다.

가로수 은행, 주워도 되나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이 도로변이라는 자리입니다. 매연을 뒤집어쓴 것이 아니냐는 걱정인데, 이 부분은 실제로 검사가 이루어진 적이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가로수에서 딴 열매 마흔세 건을 검사한 결과 잔류농약 470종과 납, 카드뮴이 모두 나오지 않았습니다. 검사한 것 가운데 마흔 건이 은행이었습니다.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는 뜻이 아니라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도 씨앗의 구조가 관여합니다. 먹는 부분은 바깥에 노출된 살이 아니라 단단한 껍질 안쪽에 들어 있습니다. 바깥에서 닿는 것과 먹는 부분 사이에 두 겹이 놓여 있는 셈입니다.

다만 줍는 일에는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가을마다 냄새 민원 때문에 가로수 은행을 따로 수거합니다. 수거한 것은 안전 검사를 거쳐 복지시설 등에 보내지기도 합니다. 즉 그 열매는 이미 관리 대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마다 방침이 다르니 많이 주우려 한다면 해당 구청에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나무를 흔들거나 막대로 치는 행위는 대개 금지됩니다.

맨손으로 만지면 왜 가려운가

은행을 처음 주워 본 사람이 가장 많이 겪는 일이 손이 붉어지고 가려워지는 것입니다. 원인은 바깥 육질층에 있습니다. 이 부위에는 은행산이라 불리는 성분들이 들어 있고, 실험 자료는 이 계열을 접촉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된 성분으로 보고합니다. 국내 자료에서는 빌로볼이라는 다른 성분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하는데, 어느 하나가 단독 원인이라고 못 박을 만큼 정리된 상태는 아닙니다.

이 성분들은 옻나무의 자극 성분과 구조가 닮은 무리에 속합니다. 그래서 반응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하루나 이틀 뒤에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질 때는 멀쩡했는데 다음 날 손등이 붓는다면 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고약한 냄새도 같은 자리에서 납니다. 육질층이 물러지면서 나오는 지방산 계열 물질이 그 냄새의 정체입니다. 냄새가 심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무르익어 터지기 쉬운 상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손질할 때는 고무장갑을 끼는 것이 좋습니다. 면장갑은 즙이 스며들어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만져서 가렵다면 비누를 충분히 써서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내십시오. 기름기가 있는 성분이라 물로만 헹구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붓기나 진물이 생기거나 반응이 번지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손질한 뒤에는 도마와 칼도 같이 씻어야 합니다. 그리고 벗기는 동안 얼굴을 만지지 마십시오. 눈가가 가장 약합니다.

익히면 괜찮아지나

익혀 먹으라는 말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익히면 문제가 사라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알맹이에서 중독 증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메칠피리독신 계열 성분입니다. 한 실험에서는 가열을 거치면서 이 성분이 상당 부분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그 실험은 씨앗에서 뽑아낸 액을 다룬 것이라, 집에서 굽거나 볶는 조건에 그대로 옮겨 적용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닙니다. 줄어든다는 것과 없어진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이 성분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구조에서 설명됩니다. 메칠피리독신은 비타민 B6와 모양이 닮았습니다. 우리 몸은 비타민 B6를 활성형으로 바꿔 쓰는데, 이 성분이 그 전환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활성형 비타민 B6는 신경을 진정시키는 물질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그 물질이 모자라면 신경이 과하게 흥분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은행을 많이 먹었을 때 보고되는 증상이 구토와 경련 쪽인 이유를 이 경로로 설명합니다. 다만 이것은 보고된 기전이며, 모든 사례가 이 경로로 직접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정리하고 갈 대목이 있습니다. 국내 자료들은 은행의 독성을 설명할 때 시안배당체와 메칠피리독신을 나란히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가지가 씨앗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국제 문헌의 흐름을 보면 초기에는 시안배당체 쪽을 원인으로 보았다가, 지금은 메칠피리독신 계열을 중독 사례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쪽으로 정리되어 왔습니다. 국내 설명이 둘을 함께 적는 것은 그 오래된 설명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몇 개까지 먹어도 되나

가장 많이 묻는 대목입니다. 국내 식품안전 정보에서는 은행을 반드시 익혀 먹되 성인은 하루 열 알 미만, 어린이는 두세 알 정도로 제한하도록 안내합니다. 이 수치를 읽을 때 세 가지를 함께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구분 내용
성격 법으로 정한 안전기준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안내입니다
뜻 그 이하면 안전하다는 보장이 아니라, 그 선에서 멈추라는 권고입니다
어린이 체중이 적어 같은 양이라도 영향이 큽니다. 어린아이에게는 되도록 주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해외 자료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홍콩 식품안전센터는 익힌 씨앗을 한 번에 열 개 정도 먹고도 급성 중독이 생길 수 있다고 알리면서, 하루에 몇 알 정도로 제한하라고 권합니다. 특히 어린이가 문제라고 짚습니다. 실제 증례 보고에서도 어린아이가 스무 개 넘게 먹은 뒤 경련으로 치료를 받은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옛 의서들도 같은 방향을 적어 두었다는 점입니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은 은행을 기침과 천식에 쓰는 약재로 다루면서, 동시에 독이 있다는 것과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함께 적었습니다. 특히 아이가 많이 먹으면 경련을 일으킨다는 경고가 들어 있습니다. 성분을 분석할 도구가 없던 시절에 관찰만으로 남긴 기록인데, 오늘날 보고되는 증상과 방향이 겹칩니다. 다만 옛 기록의 효능 서술은 그 시대의 체계 안에서 쓰인 것이고, 현대 연구가 확인한 것과 같은 층위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수가 경계선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열 개를 넘겼다고 누구에게나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보다 적게 먹었다고 아무 일도 없으리라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몸무게와 나이, 그날 얼마나 연달아 먹었는지가 함께 걸립니다. 한 자리에서 접시째 집어 먹는 방식이 가장 위험합니다. 술자리에서 구운 은행을 안주 삼아 계속 집어 먹는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먹은 뒤 구토가 이어지거나 어지럽고 몸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시간을 끌지 말고 의료기관에 가십시오. 아이가 먹었을 때는 더 그렇습니다.

은행알과 은행잎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은행 하면 기억력이나 혈액순환을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그 이야기는 잎에서 뽑은 추출물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가 가을에 주워 먹는 알맹이와는 성분 구성이 다릅니다. 잎 추출물을 만들 때는 오히려 피부 자극을 일으키는 은행산 계열을 걸러 내는 공정을 거칩니다.

구분 먹는 은행알 은행잎 추출물
부위 씨앗 안쪽 알맹이 잎
쓰임 익혀 먹는 식재료 규격을 맞춰 만든 제품
주의할 점 과다 섭취 시 신경계 증상 복용 중인 약과의 상호작용

이 둘을 섞으면 두 방향으로 어긋납니다. 잎 추출물이 좋다니 알맹이도 많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나이고, 알맹이에 독성이 있다니 은행나무 자체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다른 하나입니다. 같은 나무에서 나오지만 부위가 다르면 다른 것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은행을 두고 벌어지는 걱정의 대부분은 엉뚱한 곳을 향합니다. 도로변 매연을 걱정하지만 검사에서는 농약도 중금속도 나오지 않았고, 정작 조심해야 할 것은 씨앗을 감싼 두 겹입니다. 바깥 겹은 손을 상하게 하고 안쪽 알맹이는 많이 먹었을 때 신경에 작용합니다. 조심할 지점이 층마다 다르다는 것이 이 글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실 대목입니다.

그래서 순서가 분명합니다. 주울 때는 지역 방침을 한 번 확인하고, 손질할 때는 고무장갑을 끼고, 먹을 때는 반드시 익히고, 익혔더라도 개수를 정해 두고 멈추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를 지키면 은행은 가을 한철 즐길 만한 먹을거리로 남습니다. 겁낼 일도 아니고 마음 놓고 집어 먹을 일도 아닙니다.

팬 위에서 껍질이 톡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 다 익은 것입니다. 그 소리를 몇 번 들을지 미리 정해 두는 것이, 가을 은행을 오래 즐기는 방법입니다.

참고 출처

  •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 / 가로수 열매 잔류농약·중금속 검사 결과
  • 식품안전나라 / 은행 섭취 안내
  • 홍콩 식품안전센터(Centre for Food Safety) / Ginkgo Seed Poisoning
  • 국제 학술지 게재 리뷰 / 은행 종자의 메칠피리독신 및 은행산 저감 기술 검토 (2022)
  • 동의보감, 본초강목 / 백과 조항 (전통 문헌 기록)

이미지 출처

  1. 바깥 육질층이 붙은 씨앗과 단면 · Genet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2. 육질층을 벗긴 단단한 껍질 · Fumikas Sagisavas · CC0 · Wikimedia Commons
  3. 껍질을 깨서 드러난 알맹이 · Fumikas Sagisavas · CC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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