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과 상사화는 서로 다른 종입니다. 가장 쉬운 구별법은 피는 때와 순서입니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났다 진 뒤 8월에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꽃무릇은 9~10월에 붉은 꽃이 먼저 핀 뒤 잎이 납니다. 상사화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소개되는데,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생활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 구분 | 상사화 | 꽃무릇(석산) |
|---|---|---|
| 학명 | Lycoris squamigera | Lycoris radiata |
| 꽃 피는 때 | 8월 | 9~10월 |
| 순서 | 잎(봄) → 잎 짐 → 꽃 | 꽃 → 꽃 진 뒤 잎(겨울을 남) |
| 꽃 색 | 연한 홍자색 | 붉은색 |
| 수술 | 꽃덮이와 비슷한 길이 | 꽃덮이보다 훨씬 길게 나옴 |
| 꽃말 | 이룰 수 없는 사랑(한국) | 일본 彼岸花: 再会(재회), 諦め(체념), 悲しい思い出(슬픈 추억), 情熱(정열) |
9월이면 선운사와 불갑산 사진이 올라옵니다. 붉은 꽃이 잎도 없이 땅에서 곧장 올라와 무리 지어 핀 풍경입니다. 그 사진에는 거의 매번 같은 댓글이 달립니다. “이게 상사화 아닌가요?” 상사화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축제도 있으니 헷갈릴 만합니다. 그런데 둘은 같은 꽃이 아닙니다.
먼저 답하면, 서로 다른 종입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확인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꽃무릇이라 부르는 식물의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 국명은 석산이고 학명은 Lycoris radiata입니다. 상사화는 이름 그대로 상사화이고 학명은 Lycoris squamigera입니다. 둘 다 수선화과 상사화속(Lycoris)에 들어가지만 종이 다릅니다.
여기서 이름 하나를 짚고 갑니다. 꽃무릇은 널리 쓰이는 통용명이지 추천 국명이 아닙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꽃무릇을 비추천명으로 표시하고, 목록에 오른 이름은 석산입니다. 이 글에서는 익숙한 쪽을 앞에 두어 꽃무릇으로 부르되, 처음 한 번은 추천 국명을 함께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축제 이름은 왜 상사화일까요? 축제 이름에 상사화가 들어가도, 9월의 붉은 군락이 곧 식물 종으로서의 상사화인 것은 아닙니다. 축제 측 안내도 9월 중순의 붉은 군락을 꽃무릇 군락지로 부릅니다. 확인되는 것은 축제에서 「상사화」가 이 속의 여러 꽃을 아우르는 넓은 뜻으로 쓰인다는 것까지입니다.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었는지, 그 경위는 공식 기록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핵심은 순서가 반대라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비교하는 두 종은 꽃이 필 때 잎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순서가 반대입니다. 국내에서 보는 상사화는 대체로 봄에 잎이 먼저 나고, 그 잎이 초여름에 진 뒤 8월에 꽃대가 오릅니다(잎이 나는 시기는 자료와 생육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힙니다). 꽃무릇(추천 국명 석산)은 초가을에 잎이 없는 땅에서 꽃이 먼저 피고, 그 꽃이 진 뒤에 잎을 냅니다. 국립수목원 자료에서는 개화 시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석산은 9~10월에 잎이 없어진 비늘줄기에서 꽃줄기가 나오고, 상사화는 8월에 꽃줄기가 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둘 다 잎과 꽃이 한 화면에 담기지 않습니다. 다만 상사화는 잎이 먼저 지고 꽃이 오는 쪽이고, 꽃무릇은 꽃이 먼저 지고 잎이 오는 쪽입니다.

눈으로 갈라내는 세 가지
아래 세 기준은 상사화와 꽃무릇, 이 두 종을 서로 비교할 때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첫째는 피는 때입니다. 상사화는 8월, 꽃무릇은 9월에서 10월입니다. 한여름에 봤다면 상사화 쪽이고, 추석 무렵 꽃길을 걸었다면 꽃무릇일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는 색입니다. 꽃무릇은 대체로 붉은색이고, 상사화는 연한 홍자색 쪽입니다.
셋째는 꽃의 생김새입니다. Flora of China 기재를 따르면 꽃무릇은 가늘고 뒤로 말린 꽃덮이에 수술이 꽃덮이보다 훨씬 길게 나옵니다. 상사화는 연한 홍자색의 더 넓은 꽃덮이를 가지며, 수술 길이가 꽃덮이와 비슷합니다. 아래 꽃무릇 사진에서는 가늘게 뒤로 말린 꽃덮이와, 그보다 훨씬 길게 뻗은 수술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상사화’와 ‘상사화속’은 다릅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상사화속에는 상사화 말고도 국내 분류군이 더 있습니다. 위도상사화, 붉노랑상사화, 제주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백양꽃, 흰상사화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은 재배식물이 아니라 자생식물로 분류됩니다. 이 가운데 위도상사화는 국립생물자원관 적색자료집이 「전라북도 위도와 그 일대 서해안에만 분포하는 한반도 고유종」이라고 적습니다. 나머지 분류군의 특산 여부는 연구와 자료마다 범위가 다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몇 종이 특산인지를 숫자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해하지 않도록 밝혀 둡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상사화’는 Lycoris squamigera를 가리키는 정확한 이름입니다. 속에 다른 종이 여럿 있다는 것과, 그 이름이 모호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헷갈리는 자리는 이름이 아니라 꽃무릇을 상사화로 부르는 습관 쪽입니다.
덧붙여 분류상의 사실 하나를 밝혀 둡니다. 지금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석산과 상사화는 재배식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명소의 대규모 군락이 오래되었다는 것과, 그 종이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자생식물로 분류되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국제 데이터베이스가 한국을 자생 범위에 넣는 것과도 별개입니다.
꽃말 — 상사화는 「이룰 수 없는 사랑」, 꽃무릇은 일본에서 「재회」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은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입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니, 잎과 꽃이 끝내 만나지 못한다는 데서 꽃말 「이룰 수 없는 사랑」「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나왔다고 국내 소개 글들은 설명합니다.
꽃무릇(석산)은 일본에서 히간바나(彼岸花)라 부릅니다. 가을 히간(추분 무렵) 즈음에 피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일본 쇼가쿠칸의 육아 매체 HugKum은 붉은 히간바나의 꽃말로 「再会(재회)」「諦め(체념)」「悲しい思い出(슬픈 추억)」「情熱(정열)」을 들고, 흰 히간바나는 「また会う日を楽しみに(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思うのはあなた一人(생각하는 사람은 당신 하나)」로 적습니다. 흰 히간바나는 붉은 꽃무릇의 색 변이가 아니라 별도의 분류군(Lycoris × albiflora)으로 다뤄집니다. 예전에 묘지에 많이 심어 이별을 떠올리는 꽃말이 많다고도 덧붙입니다. 같은 글은 매장하던 시절 두더지나 쥐 같은 짐승이 무덤을 파헤치지 못하게 독이 있는 이 꽃을 심었다고 전해진다고 적습니다.
한국 자료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상사화(L. squamigera)의 꽃말이고, 일본 자료의 「재회」「체념」은 꽃무릇(L. radiata)의 꽃말입니다. 서로 다른 종이므로 두 나라가 같은 꽃에 다른 뜻을 붙인 사례로 읽으면 안 됩니다. 꽃말은 출처마다 갈리므로 선물이나 문구에 쓸 때는 어느 쪽 꽃말인지 밝혀 두는 편이 좋습니다.
명소별 안내
꽃무릇 명소는 같은 9월이라도 안내가 조금씩 다릅니다. 2026년에는 영광 불갑산 상사화축제가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용천사 꽃무릇공원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고창 선운산 도립공원 안 선운사도 이름난 군락지이지만, 개화 안내가 해마다 갱신되므로 그해 고창군 공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축제 기간과 실제 절정은 그해 날씨에 따라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 글에 적은 기간은 안내된 일정이지 개화 예보가 아닙니다.
이름난 군락지가 모두 오래된 절 주변인 데에는 이런 설명이 따릅니다. 알뿌리의 독성이 좀과 쥐를 막아 주어, 옛사람들이 경전과 탱화를 보관하는 절 주변에 일부러 심었다고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문헌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 널리 전하는 설명으로 읽으면 됩니다. 늦가을에 다시 찾으면 꽃이 진 자리에 짙은 녹색 잎이 올라와 겨울 내내 푸르게 깔려 있는데, 그것이 꽃무릇의 잎입니다.
알뿌리의 독성과 주의할 점
석산과 상사화를 포함한 상사화속 9종 및 1변종의 비늘줄기를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리코린을 비롯한 알칼로이드 성분이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이 두 종 각각에 대해 개나 고양이의 증상과 독성량을 명시한 공적 수의 독성 자료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ASPCA 독성 식물 목록에서도 상사화속 항목은 찾지 못했고, 같은 수선화과의 아마릴리스(Hippeastrum)가 리코린 등 알칼로이드 때문에 개·고양이에 독성이 있으며 알뿌리가 가장 독하다고 적힌 것만 확인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Extension의 상사화속 자료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많이 먹으면 구토·설사·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적는데, 이는 속 수준의 경고이고 두 종 각각의 독성량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확인되지 않은 수치를 옮기는 대신 이렇게만 적습니다. 알뿌리를 식용 구근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아이나 반려동물이 이 식물을 먹지 않게 관리하십시오. 위 연구가 분석한 것은 비늘줄기(알뿌리)뿐이고 잎과 꽃은 분석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잎의 성분은 이 연구로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관리 차원의 주의는 부위를 가리지 않고 식물체 전체에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이것은 연구 결과가 아니라 이 글의 주의 안내입니다. 섭취가 의심되면 의료기관이나 동물병원에 문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름이 아니라 순서를 보십시오
이 두 종의 생활사를 가르는 핵심은 잎과 꽃이 나타나는 순서입니다. 잎이 먼저 왔다 갔으면 상사화이고, 꽃이 먼저 피고 나서 잎이 오면 꽃무릇입니다. 다만 꽃만 보고 구별하실 때는 피는 시기와 색, 그리고 수술과 꽃덮이의 모양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식물 이름이 혼동을 일으키는 사례는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다뤘습니다. 박하와 페퍼민트, 감초와 리코리스,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가 그것입니다. 다만 꽃무릇과 석산은 서로 다른 종이 아니라, 같은 종을 가리키는 통용명과 추천 국명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꽃말: HugKum(쇼가쿠칸) 「彼岸花をお墓に供えても問題ない?特徴・花言葉や言い伝えもチェック」, 브라보마이라이프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꽃, 상사화」(2026-10-09 확인)
- 국립수목원 국가표준식물목록 — 석산(꽃무릇) Lycoris radiata (L’Hér.) Herb. · 상사화 Lycoris squamigera Maxim. 두 종 모두 재배식물 정명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위도상사화·붉노랑상사화·제주상사화·진노랑상사화·백양꽃·흰상사화 등은 자생식물로 따로 올라 있습니다.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석산은 9~10월 잎이 없어진 비늘줄기에서 꽃줄기, 상사화는 8월에 꽃줄기. 다만 「잎이 없어진」이 어느 계절의 잎을 가리키는지는 이 자료가 말하지 않습니다 — 아래 별도 항목을 함께 보십시오
- 석산의 잎이 나오고 지는 시기 — 영국왕립원예학회(RHS)는 L. radiata의 잎이 「개화 후에 나와 겨울을 나고 이른 봄까지 남는다」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Extension은 「10월에 잎이 나와 겨울 동안 상록으로 있다가 봄에 시든다」고 적습니다. 국립수목원 자료의 「잎이 없어진 비늘줄기」가 어느 계절의 잎을 가리키는지는 그 자료 자체가 말하지 않아, 이 두 자료로 따로 확인했습니다.
- Plants of the World Online(Kew) — 두 종을 각각 독립된 수용명으로 처리
- Flora of China, Amaryllidaceae — 꽃덮이 모양과 수술 길이 기재
- 2026년 축제 일정 — 영광 불갑산 상사화축제 9월 18~27일(제26회) ·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 9월 16~20일(제27회). 한국관광공사 지역축제 정보(영광·운영기관 제출 자료)와 함평축제관광재단 공고(함평)에서 2026-09-04 확인. 공식 공고 기준이며 그해 개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축제 기간이 개화 절정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 NC State Extension Gardener Plant Toolbox — Lycoris — 많이 먹으면 구토·설사·경련 (2026-10-09 확인)
- HugKum — 彼岸花をお墓に供えても問題ない? — 매장 시절 묘지에 심은 이유로 전해지는 설명
- 경향신문(2026-09-24) — 사찰 주변 꽃무릇과 경전·탱화 보존에 관한 전해지는 설명
- 상사화속 9종 및 1변종(L. radiata var. pumila) 비늘줄기의 알칼로이드 GC-MS 성분 분석 연구(PMID 25233578) — 리코린·갈란타민 계열 보고. 성분 프로파일링 연구이며 임상 독성·수의 독성 연구가 아닙니다. 잎·꽃은 분석 대상에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 상사화(Lycoris squamigera) · Namazu-tro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 꽃무릇/석산(Lycoris radiata) · Jim Evan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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