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페퍼민트 차이, 감초 리코리스 차이 — 학명으로 구별하는 법

박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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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 다뤄 온 박하와 서양 요리에 흔히 쓰이는 페퍼민트는 같은 식물일까요. 한방의 감초와 서양 과자에 들어가는 리코리스는 또 어떨까요. 흔히 같은 식물로 여겨지지만, 학명을 대조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만 이 글이 도착하는 결론은 “이것은 A종이고 저것은 B종이다”가 아닙니다. 그보다 앞의 문제가 있습니다. 박하와 감초 같은 전통 생약명과 통용명은 린네식 학명 체계와 일대일로 맞물리지 않습니다. 하나의 이름이 여러 분류군을 덮기도 하고, 나라마다 다른 학명을 그 이름에 지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름만으로는 식물을 하나로 특정할 수 없고, 학명과 원료 표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두 사례가 공유하는 결론입니다. 어긋나는 방식은 서로 다르므로, 아래 두 절은 각각 다른 순서로 풉니다.

박하와 페퍼민트, 전통명과 분류 체계의 어긋남

먼저 페퍼민트 쪽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페퍼민트(Mentha × piperita)는 워터민트(Mentha aquatica)와 스피어민트(Mentha spicata)가 교잡해 생긴 잡종입니다. 학명 가운데 붙은 곱셈 기호가 그 사실을 표시합니다. 이 잡종은 씨앗으로 대를 잇지 못합니다. 그래서 재배는 포기나누기나 줄기 꺾꽂이 같은 영양번식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가 페퍼민트라고 부르는 것은 야생에서 진화해 온 종이 아니라, 사람 손으로 복제되며 유지돼 온 하나의 잡종 분류군입니다.

동아시아의 박하는 사정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교잡이 문제가 아니라, 전통명이 가리키는 실체를 현대 분류 체계에 어떻게 대응시킬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대응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중국약전은 박하의 기원식물로 Mentha haplocalyx를 지정하고, 일본약전은 Mentha arvensis var. piperascens를 지정합니다. 한편 큐 왕립식물원 계열의 분류 데이터베이스는 이 이름들을 Mentha canadensis라는 하나의 종 아래 묶어 정리합니다.

세 이름이 가리키는 식물이 서로 전혀 다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느 이름을 정식으로 세울지에 대한 판단이 약전과 분류학 사이에서, 또 나라 사이에서 갈립니다. 이것이 옛 문헌의 박하를 현대 학명 하나로 단정하지 못하는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은 박하라는 이름과 그 쓰임을 기록했을 뿐, 린네식 종을 지정한 문헌이 아닙니다. 오늘날의 약전들조차 서로 다른 이름을 쓰는 마당에, 수백 년 전 기록을 한 학명으로 옮겨 적는 것은 있는 근거보다 앞서 나가는 일입니다.

감초와 리코리스, 하나의 이름이 덮는 여러 기원종

감초 쪽은 잡종이 아니라 범위가 문제입니다. 먼저 알고 싶으신 차이부터 답하겠습니다. 동아시아 전통의약에서 감초로 주로 다뤄 온 것은 Glycyrrhiza uralensis이고, 서양에서 리코리스라는 이름으로 사탕과 허브차에 쓰여 온 것은 Glycyrrhiza glabra입니다. 대표 분류군만 놓고 보면 두 전통이 각자 다른 종을 다뤄 온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약전과 규제기관으로 눈을 옮기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유럽의약품청이 다루는 감초 뿌리(Liquiritiae radix)는 Glycyrrhiza glabra, Glycyrrhiza inflata, Glycyrrhiza uralensis 세 종을 함께 다룹니다. 대한민국약전은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 육성한 품종의 기원종인 Glycyrrhiza korshinskyi까지 감초의 기원식물로 인정합니다. 즉 감초라는 이름표를 단 약재나 제품이 반드시 uralensis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약전이 인정하는 어느 기원종이어도 규격상 감초입니다. 게다가 그 목록조차 나라마다 같지 않습니다. 하나의 이름이 덮는 범위가 규제 체계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이 여기서 다시 드러납니다.

생산 쪽 숫자를 보면 이 점이 더 분명해집니다. 한 비교 연구는 2005년 기준으로 전체 감초 생산에서 Glycyrrhiza uralensis가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고 보고합니다. 이 수치는 동아시아 시장의 통계가 아니라 전체 생산 기준입니다. 그러니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서양에서 유통되는 리코리스도 상당 부분 uralensis일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동양은 uralensis, 서양은 glabra라는 깔끔한 도식과 이 숫자는 서로 맞지 않습니다. 도식 쪽을 지키기 위해 숫자를 지우는 대신, 숫자가 도식을 고치게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전통적으로 어느 종을 주로 다뤄 왔는가와, 지금 손에 든 제품이 어느 종인가는 다른 질문입니다.

성분에서도 차이가 보고됩니다. 두 종의 화학 성분을 비교한 연구는 퀘르세틴이 Glycyrrhiza uralensis에서는 검출되고 Glycyrrhiza glabra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두 종을 판별하는 지표로 제시된 것이고, 그 성분 차이가 사람에게서 어떤 효능 차이로 이어지는지까지 확인한 연구는 아닙니다. 종이 다르면 성분 구성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정도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참고

박하 계열 식물(Mentha 속)은 ASPCA 자료에서 개·고양이·말 모두에게 독성이 있는 식물로 분류되어 있으며, 정유 성분이 대량 섭취 시 구토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감초와 리코리스(Glycyrrhiza 속)는 이번 조사에서 ASPCA의 개별 독성 페이지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므로, 반려동물이 이 식물들을 먹지 못하게 하고 섭취가 의심되면 수의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름이 아니라 학명과 원료 표기로 확인하기

두 사례가 어긋나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박하는 하나의 전통명에 여러 나라의 약전이 서로 다른 학명을 지정하는 경우이고, 감초는 하나의 통용명이 여러 기원종을 함께 덮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남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박하나 감초라는 이름만 보고 서양 자료의 정보를 그대로 대입하면, 실제로는 다른 분류군의 정보를 참고하는 셈이 될 수 있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포장의 원료명과 학명 표기를 확인하십시오. 학명이 적혀 있지 않다면 그것 자체가 정보입니다.

종을 확인해도 남는 문제가 하나 있어 덧붙입니다. 감초의 대표 성분인 글리시리진은 위의 세 기원종이 함께 가진 성분입니다. 어느 종인지 확인했다고 해서 과다 섭취의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글리시리진을 많이, 오래 섭취하면 혈압이 오르고 혈중 칼륨이 떨어지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알도스테론이 과다한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의사성 알도스테론증이라고 부릅니다.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신장질환이 있거나 임신 중이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고, 이뇨제나 강심배당체,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 중이라면 상호작용 가능성이 있어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차 한 잔의 이야기가 아니라 감초 사탕이나 농축 제품을 습관적으로 먹는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박하 포기
박하
페퍼민트 잎
페퍼민트

왼쪽이 박하이고 오른쪽이 페퍼민트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분류군이다.

참고 출처

이미지 출처

  1. 박하 · Alex Abair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2. 페퍼민트 · Alex Abair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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