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노아를 처음 사 온 사람이 가장 먼저 겪는 일은 쓴맛입니다. 잘못 산 것이 아닙니다. 퀴노아 겉면에는 쓴 성분이 얇게 덮여 있고, 그것을 물로 씻어 내는 일이 조리의 첫 단계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퀴노아는 곡물이 아닙니다. 벼나 보리가 속한 벼과가 아니라 시금치나 명아주와 같은 무리에 드는 쌍떡잎식물의 씨앗입니다. 밥에 섞었을 때 쌀과 다르게 익는 것도, 글루텐이 없는 것도 여기서 나옵니다.
| 학명 | Chenopodium quinoa Willd. |
|---|---|
| 분류 | 오랫동안 명아주과로 분류해 왔고, 최근 분류 체계에서는 비름과의 명아주 무리에 넣습니다. 벼과가 아닙니다 |
| 원산지 | 남미 안데스 고원. 볼리비아와 페루 일대에서 오래 재배해 왔습니다 |
| 우리말 이름 | 따로 없습니다. 국가 식품 데이터베이스에도 퀴노아로 올라 있습니다 |
| 조리 전 손질 | 먼저 제품 표시를 봅니다. 그다음 고운 체에 담아 물이 맑아질 때까지 손으로 비벼 헹굽니다 |
| 불리기 | 밥에 섞을 때는 필요 없습니다. 쓴맛이 남으면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갔다가 한 번 더 헹굽니다 |
| 따로 삶는 시간 | 물 두 배로 끓여 약불 15분, 불 끄고 5분 뜸. 알갱이에서 실 같은 고리가 풀려 나오면 다 익은 것입니다 |
| 주의가 필요한 사람 | 저옥살산 식이를 지시받은 분, 칼륨이나 인을 조절해야 하는 분, 글루텐을 피해야 하는 분은 아래 안내를 보십시오 |
퀴노아는 곡물이 아닙니다
쌀과 보리와 밀은 모두 벼과 식물의 씨앗입니다. 퀴노아는 여기에 들지 않습니다. 우리 들판에 흔한 명아주와 가까운 풀이고, 시금치나 비름과도 한 무리로 묶입니다. 먹는 방식이 곡물과 같을 뿐 식물학적으로는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곡물에 준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의곡물이라고 부릅니다. 메밀과 아마란스도 같은 자리입니다. 셋 다 벼과가 아니면서 밥이나 가루로 먹습니다.
이 한 가지 사실이 여러 갈래로 이어집니다. 첫째, 글루텐이 없습니다. 글루텐은 밀과 보리와 호밀 같은 벼과 곡물의 단백질이고 퀴노아에는 그 단백질 자체가 없습니다. 둘째, 익는 방식이 쌀과 다릅니다. 셋째, 씨앗 겉면을 보호하는 성분이 따로 있습니다. 넷째 항목에서 다룰 사포닌이 그것입니다.
마른 퀴노아 알갱이다. 씨눈이 알갱이 둘레를 고리처럼 감고 있다.
마른 상태 100그램에 무엇이 들어 있나
아래는 미국 농무부 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에 올라 있는 생 퀴노아, 곧 조리하지 않은 마른 상태 100그램 기준 값입니다. 우리가 봉지에 담아 사 오는 그 상태입니다.
| 성분 | 마른 상태 100g | 눈여겨볼 점 |
|---|---|---|
| 열량 | 368 kcal | 쌀이나 보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
| 단백질 | 14.12 g | 곡물로 먹는 것들 가운데 높은 편입니다 |
| 지방 | 6.07 g | 씨앗이라 곡물보다 기름기가 많습니다 |
| 탄수화물 | 64.16 g | |
| 식이섬유 | 7.0 g | |
| 마그네슘 | 197 mg | 퀴노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무기질입니다 |
| 인 | 457 mg | |
| 칼륨 | 563 mg | 칼륨을 조절해야 하는 분은 이 값을 보십시오 |
| 철 | 4.57 mg | |
| 엽산 | 184 ㎍ | 곡물류에서 흔치 않게 높은 편입니다 |
미국 농무부 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 항목 번호 168874, 조리하지 않은 퀴노아, 100그램 기준. 2026년 9월 23일 조회.
표를 미국 자료 하나로만 채운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도 퀴노아가 올라 있기는 한데, 등재된 것이 쪄서 말린 것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생 퀴노아와는 상태가 다릅니다. 상태가 다른 값을 한 표에 섞으면 어느 쪽 이야기인지 알 수 없게 되므로, 한 데이터베이스의 같은 상태 값으로만 묶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 수치는 마른 상태 기준이고, 밥에 섞어 먹는 양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두 사람 분 밥에 넣는 퀴노아는 보통 30그램에서 40그램 남짓입니다. 표의 숫자를 한 끼에 그대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완전 단백질이라는 말의 정확한 뜻
퀴노아를 소개하는 글에는 거의 빠짐없이 완전 단백질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부터 정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사람 몸이 스스로 만들지 못해 음식으로 받아야 하는 아미노산이 아홉 가지 있습니다.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부릅니다. 곡물은 이 가운데 라이신이 특히 적고, 콩은 반대로 메티오닌이 적습니다. 그래서 밥과 콩을 같이 먹으면 서로 모자란 쪽을 메워 준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퀴노아는 곡물처럼 먹으면서도 라이신이 곡물만큼 적지 않습니다. 아홉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고 곡물에서 모자라기 쉬운 라이신이 비교적 넉넉하다는 뜻에서 완전 단백질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품종과 재배 환경에 따라 아미노산 구성에 편차가 있다는 조사도 있으므로, 어떤 퀴노아든 아홉 가지를 똑같이 갖추고 있다고 읽을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이 자주 건너뛰어집니다. 아미노산 구성이 고르다는 것은 단백질의 질에 관한 이야기이고, 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른 퀴노아 100그램에 단백질이 14그램 남짓 들어 있지만 한 끼에 100그램을 먹지는 않습니다. 밥에 두어 숟갈 섞는 정도로는 고기 한 토막의 단백질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퀴노아는 밥상의 단백질 구성을 조금 더 고르게 만들어 주는 재료이지, 반찬 한 가지를 빼도 되게 해 주는 재료가 아닙니다. 이 구분을 해 두면 광고 문구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쓴맛의 정체는 사포닌입니다
퀴노아 겉면에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덮여 있습니다. 쓴맛이 나고 물에 풀면 거품이 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비누를 뜻하는 말에서 온 이름입니다.
이것이 왜 그 자리에 있을까요. 안데스 고원은 새와 벌레가 씨앗을 노리는 환경입니다. 쓴맛은 그 씨앗이 먹히지 않도록 스스로 두른 방어입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성분이라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오기 전부터 그 식물에게 필요해서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씻어 내도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
씻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고운 체에 담아 흐르는 물에 손으로 비벼 가며 헹굽니다. 처음에는 물이 뿌옇고 거품이 조금 일다가 곧 맑아집니다. 시간을 재기보다 그 신호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얼마나 씻어야 하는지는 품종과 공정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판되는 퀴노아는 상당수가 공정에서 이미 겉면을 벗기거나 씻어 나옵니다. 그래서 봉지의 표시를 먼저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씻어 나온 제품이라고 적혀 있으면 가볍게 헹구는 것으로 됩니다. 그래도 쓴맛이 남는다면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갔다가 다시 헹구면 줄어듭니다.
헹구지 않고 밥을 지으면 밥 전체에 은은한 쓴맛이 배어듭니다. 퀴노아를 한 번 먹어 보고 입에 안 맞는다고 접은 분이 있다면, 그 원인이 여기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덜 씻긴 사포닌이 속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요즘 시판품은 대부분 사전 세척을 거쳐 나오므로 표시를 보고 한 번 더 헹구는 것으로 대개 충분합니다.
삶는 법과 밥에 섞는 비율
퀴노아는 두 가지 방식으로 먹습니다. 따로 삶아서 샐러드나 반찬으로 쓰거나, 밥에 섞어 짓습니다.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따로 삶을 때는 헹군 퀴노아와 물을 1 대 2로 잡습니다. 끓어오르면 뚜껑을 덮고 약불로 줄여 15분쯤 두고, 불을 끈 뒤 5분 더 뜸을 들입니다. 다 익었는지는 눈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알갱이 둘레를 감고 있던 씨눈이 실 같은 고리 모양으로 풀려 나옵니다. 그 고리가 보이면 된 것입니다.
밥에 섞을 때는 불릴 필요가 없습니다. 헹궈서 쌀과 함께 넣고 평소대로 지으면 됩니다. 처음이라면 쌀 두 컵에 퀴노아 2큰술에서 3큰술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퀴노아는 밥알보다 작아서 양이 많아지면 밥의 식감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물은 평소보다 아주 조금만 더 잡습니다. 퀴노아 자체는 제 무게의 두 배쯤 되는 물을 먹어서 쌀보다 많이 흡수하지만, 넣는 양이 두어 숟갈이라 밥솥 전체의 물 배분에 주는 영향이 작기 때문입니다. 현미를 섞을 때처럼 크게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겨층이 물을 붙잡고 있어 물을 확실히 늘려야 하는 현미밥과는 다른 자리입니다.
불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렌틸콩과 닮았습니다. 다만 까닭은 다릅니다. 렌틸콩은 알이 얇고 납작해서 물이 빨리 들어가는 것이고, 퀴노아는 알이 워낙 작아서입니다.
삶으면 그 고리가 실처럼 풀려 나온다. 이것이 보이면 다 익은 것이다.
효능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인가
퀴노아를 두고 도는 이야기를 근거의 종류별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어느 것이 성분 분석으로 확인된 사실이고, 어느 것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말이며, 어느 것이 광고 문구인지를 가려 두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성분 분석으로 확인된 것부터 보겠습니다. 위의 표에 있는 값들입니다. 단백질이 곡물 중 높은 편이고, 마그네슘과 인과 칼륨과 철이 상당량 들어 있으며, 엽산이 곡물류치고 높습니다. 그리고 벼과가 아니므로 글루텐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측정된 사실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쌓이고 있는 자리가 그다음입니다. 퀴노아만 따로 먹여 본 임상시험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 시험들을 묶어 분석한 논문도 나와 있습니다. 다만 참가자가 수백 명 규모로 적고 결과도 지표마다 엇갈립니다. 체중과 체질량지수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고 혈당 쪽에서 일부 신호가 보고되었으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곡물 자리에 퀴노아를 넣어 먹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퀴노아를 먹으면 무엇이 좋아진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광고에서 넘어간 자리도 있습니다. 살이 빠진다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퀴노아는 100그램에 368킬로칼로리로 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밥에 섞는다고 열량이 줄지 않습니다. 배가 덜 고프다고 느껴 전체 식사량이 줄어드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퀴노아가 지방을 태워서가 아니라 덜 먹게 되어서입니다.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글루텐이 없다는 사실도 자주 늘어납니다. 글루텐이 없는 것은 맞고, 그래서 셀리악병이 있는 분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글루텐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글루텐이 없다는 것이 그 자체로 이로운 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칼슘옥살산 결석 때문에 저옥살산 식이를 지시받은 분은 양을 살펴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퀴노아에 옥살산이 들어 있다는 분석이 보고되어 있고, 옥살산은 칼슘과 결합해 결석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옥살산의 일부는 물에 녹아 불리고 삶는 과정에서 줄어들 수 있지만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측정값 자체도 품종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칼륨이나 인을 조절해야 하는 분은 위 표의 값을 참고하십시오. 다만 표는 마른 것 100그램 기준이고 밥에 섞는 양은 그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넣는 양으로 계산하십시오.
셀리악병이 있어 글루텐을 피해야 하는 분은 제품 표시를 확인하십시오. 퀴노아 자체에는 글루텐이 없지만 밀을 다루는 시설에서 함께 가공되면 미량이 섞일 수 있습니다. 글루텐 프리 표시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퀴노아를 처음 드시는 분은 적은 양부터 시작하십시오. 식이섬유가 갑자기 늘면 속이 부대낄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지병이 있거나 약을 드시고 있다면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립니다. 퀴노아는 2013년에 국제 연합 총회가 국제 퀴노아의 해로 정하고 식량농업기구가 그 해를 주관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뒤로 국제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그때 현지 사람들이 정작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널리 돌았는데, 뒤에 나온 가계 자료 분석에서는 그런 피해가 일반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널리 도는 이야기라고 해서 검증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좋은 재료라는 것과 그것 하나면 된다는 것이 다르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퀴노아를 이렇게 두는 것이 알맞습니다. 밥상의 주인공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흰밥만 먹던 자리에 통곡물과 씨앗의 몫을 조금 들여놓는 재료로 씁니다. 퀴노아 하나로 무엇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대신 밥상 전체의 결이 조금 달라집니다.
오늘 장을 보신다면 기억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사 오면 반드시 씻고, 처음에는 쌀 두 컵에 두어 숟갈만 넣어 보십시오. 그 두 가지만 지켜도 퀴노아를 두 번 사게 됩니다.
- 미국 농무부 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 — 항목 번호 168874, 조리하지 않은 퀴노아, 100그램 기준 (2026년 9월 23일 조회)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자료원 국가표준식품성분표) — 퀴노아, 쪄서 말린것 (2026년 9월 23일 조회. 상태가 달라 본문 표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 식품과학 문헌 — 퀴노아 씨앗의 사포닌 습식 제거 공정 최적화와 그것이 영양 성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
- 국제 연합 총회 결의(2011)와 식량농업기구 자료 — 2013년 국제 퀴노아의 해
- 피자식물 계통분류 그룹(APG) 분류 체계 — 명아주과를 비름과에 통합한 최근 분류
이미지 출처
- 마른 퀴노아 · Pom²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 삶은 퀴노아 · ProjectManhatta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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