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태와 서목태·흑태 — 검은콩은 껍질이 아니라 속을 보고 가릅니다

흰 접시에 담긴 검은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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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콩 코너에 검은콩이 여러 봉지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서리태, 하나는 흑태, 하나는 쥐눈이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셋 다 껍질이 까맣습니다. 값은 다릅니다. 무엇이 다른지 봉지 겉면만 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은 그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학명 Glycine max (L.) Merr. — 셋 다 같다
가르는 기준 껍질색이 아니라 크기와 속색
서리태 속이 푸르다 — 그래서 속청이라고도 한다
흑태 검은콩 가운데 알이 가장 크다
서목태 알이 작다 — 쥐눈이콩이라고도 한다
이름의 유래 서리 내린 뒤에 거둔다

셋은 모두 같은 콩입니다

먼저 정리하고 갑니다. 서리태와 흑태와 서목태는 서로 다른 식물이 아닙니다. 셋 다 콩,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대두라고 부르는 Glycine max입니다. 메주를 쑤는 노란 콩과도 같은 종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다른가. 사람으로 치면 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생김새가 다른 것입니다. 오래 기르면서 알의 크기, 껍질색, 속색, 익는 시기가 갈린 것이고, 그렇게 갈린 무리마다 이름이 붙었습니다. 서리태도 흑태도 서목태도 그런 이름입니다.

이 사실이 실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셋 중 무엇이 월등히 몸에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성분표를 놓고 보면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 차이는 대개 작습니다. 뒤에서 숫자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흰 접시에 담긴 검은콩
검은콩

검은콩이다. 껍질색만으로는 서리태인지 흑태인지 알 수 없다.

껍질이 아니라 속을 봅니다

봉지 겉면으로 셋을 가리기 어려운 까닭은 간단합니다. 셋 다 껍질이 검기 때문입니다. 검은 껍질은 구별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실제로 가르는 기준은 둘입니다. 하나는 알의 크기입니다. 흑태는 검은콩 가운데 알이 가장 굵고, 서목태는 반대로 작습니다. 쥐눈이콩이라는 다른 이름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알이 작아 쥐의 눈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다른 하나가 서리태를 서리태이게 하는 기준입니다. 쪼개 보면 속이 푸릅니다. 겉은 검은데 안이 초록빛이어서 속청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흑태와 서목태는 속이 이렇게 푸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봉지를 열고 한 알을 반으로 갈라 보면 그 자리에서 답이 납니다.

밥에 넣고 나서 알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서리태는 익으면 속의 푸른빛이 밥물에 살짝 배어 나옵니다. 콩을 씹었을 때 단맛이 도는 것도 서리태 쪽입니다.

껍질이 벗겨져 푸른 속살이 드러난 검은콩
속살이 드러난 검은콩

껍질이 벗겨진 알을 보면 속이 푸르다. 겉과 속의 색이 다르다.

이름이 수확 시기를 알려 줍니다

서리태라는 이름에는 서리가 들어 있습니다. 그대로의 뜻입니다. 이 콩은 자라는 기간이 길어서 다른 콩이 다 끝난 뒤에도 밭에 남아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고 나서 거두게 되고, 그래서 서리를 맞는 콩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대개 시월 무렵입니다.

이름이 알려 주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철이 늦가을이라는 사실입니다. 햇서리태가 나오는 때가 이 무렵이고, 지금 사 두면 그해에 거둔 것을 먹게 됩니다.

속이 덜 푸르다고 가짜는 아닙니다

서리태를 사서 갈라 봤는데 생각만큼 푸르지 않아 당황하신 적이 있을지 모릅니다. 속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지금 시중에 「서리태」로 나오는 것 가운데 상당수는 옛날부터 내려오던 재래 서리태가 아닙니다. 청자5호라는 품종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재래 서리태를 개량해 2017년에 내놓았고, 지금은 검은콩 가공에 널리 쓰입니다.

개량한 까닭은 재래종을 기르기가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청자5호는 병과 쓰러짐에 강하고, 꼬투리가 잘 터지지 않으며, 꼬투리가 달리는 높이가 높아 기계로 거두기 좋습니다. 수확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품종 정보에 적힌 성숙기는 시월 하순입니다. 서리를 맞고 거두는 시기가 개량 품종에서도 그대로입니다. 알은 굵은 편이고, 등록된 용도가 아예 「혼반용」입니다. 밥에 섞어 먹으라고 만든 콩이라는 뜻입니다.

겉모습은 재래 서리태와 비슷합니다. 다만 껍질 안쪽의 녹색이 재래종보다 옅은 편입니다. 속이 덜 푸르게 보이는 이유가 대개 여기 있습니다. 가짜를 사신 것이 아니라 품종이 다른 것입니다.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나눕니다

검은콩을 다룬 글은 이미 많습니다. 대부분 효능을 나열합니다. 그런데 그 나열 안에는 성격이 다른 정보가 섞여 있습니다. 성분을 분석해서 나온 값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 광고 문구가 한 줄씩 번갈아 놓입니다. 읽는 사람은 그것을 가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누어 적겠습니다.

성분 분석으로 확인되는 것이 있습니다. 검은콩은 단백질이 많습니다. 자료에 따라 100그램에 40그램 안팎으로 잡힙니다. 서리태가 조금 높고 흑태가 조금 낮게 나오는 편인데, 그 차이는 2~3그램 남짓입니다. 게다가 이 수치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고 품종과 산지와 그해 작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느 검은콩을 고르느냐로 영양을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검은 껍질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들어 있습니다. 껍질이 검은 이유가 이 색소입니다. 콩에 흔한 이소플라본도 들어 있습니다. 청자5호는 재래종보다 이 두 가지가 더 많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재면 나오는 값입니다.

확인되지 않았거나 과장된 것도 있습니다. 검은콩 하면 따라붙는 말이 탈모와 흰머리입니다. 검은 것을 먹으면 머리가 검어진다는 이야기는 오래되었고 지금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런데 검은콩을 먹어서 탈모가 멈추거나 흰머리가 검어진다는 것을 사람 대상 연구로 확인했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색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과 그 색소가 머리카락을 검게 만든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노화 방지나 암 예방 같은 말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하나 더 갈라야 할 것이 있습니다. 콩으로 먹는 것과 추출물이나 보충제로 먹는 것은 다릅니다. 이소플라본을 다룬 연구 가운데 상당수는 농축한 보충제를 쓴 것입니다. 그 결과를 밥에 넣은 콩 몇 알에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없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구분이 답답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식품에 대해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개 여기까지입니다. 좋은 재료를 꾸준히 먹는 것과 그 재료가 무엇을 고쳐 준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불리고 삶는 법

서리태는 물에 잘 붑니다. 밥에 넣으실 거라면 서너 시간 불린 뒤 쌀과 함께 안치면 됩니다. 밤새 불리셔도 되고, 급하면 따뜻한 물에 담가 시간을 줄이셔도 됩니다. 불린 물은 버리고 새 물로 안치는 편이 깔끔합니다.

따로 삶으실 때는 불린 콩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끓인 뒤 중불에서 익힙니다. 껍질이 터지기 시작하면 다 익은 것입니다. 오래 삶으면 속의 푸른빛이 빠지고 단맛도 함께 빠집니다. 서리태는 덜 삶는 쪽이 낫습니다.

보관은 서늘하고 마른 곳입니다. 여름을 넘길 것이면 밀폐해서 냉장이나 냉동에 두시는 편이 벌레를 막는 데 낫습니다.

같은 콩류인 렌틸콩은 불리지 않고 바로 삶을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는 렌틸콩 편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밥에 넣는 곡물 쪽은 현미 편에서 겨층과 불리기를 정리해 두었습니다.

조심하실 분이 있습니다

콩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검은콩도 같은 콩입니다. 껍질색이 다르다고 다른 식품이 되지 않습니다.

갑상선 질환으로 약을 드시는 분은 콩을 갑자기 많이 늘리기 전에 담당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콩이 해롭다는 뜻이 아니라, 약과 함께 먹는 시간이나 양을 조정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르몬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 중이신 분도 이소플라본 보충제를 따로 드실 생각이라면 상의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밥에 넣는 콩과 농축한 보충제는 다릅니다.

덜 익힌 콩은 배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익혀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서리태와 흑태와 서목태는 모두 같은 콩입니다. 검은 껍질은 셋이 같으니 구별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흑태는 알이 굵고 서목태는 작습니다. 그리고 서리태는 쪼갰을 때 속이 푸른 것입니다. 봉지를 열고 한 알만 갈라 보시면 됩니다.

속이 덜 푸르다면 청자5호일 수 있습니다. 가짜가 아니라 개량 품종입니다. 그리고 셋 중 무엇을 고르시든 영양이 크게 갈리지는 않습니다. 밥에 넣어 꾸준히 드시는 것이 어느 품종을 고르느냐보다 중요합니다.

참고한 자료

  • 대두 분류 — Glycine max (L.) Merr.
  • 청자5호 품종 특성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품종정보(육성 2017년 · 종피 검정 · 자엽 녹자엽 · 내탈립성 강 · 성숙기 10월 하순 · 용도 혼반용)
  • 청자5호 육성 경위 — 한국육종학회지 「다수성 내탈립 녹자엽 검정콩 ‘청자5호’」
  • 검은콩 유형별 구분과 성분 비교 — 하이닥·코메디닷컴 등 매체 정리 자료
  • ★성분 수치는 자료마다 차이가 있으며 품종·산지·작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미지 출처
접시에 담긴 검은콩 — Veganbaking.net from USA,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껍질이 벗겨진 검은콩 — Fumikas Sagisavas, Wikimedia Commons, CC0

이미지 출처

  1. 검은콩 · Veganbaking.net from USA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2. 속살이 드러난 검은콩 · Fumikas Sagisavas · CC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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