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이후 심는 가을 허브 3종: 파슬리·딜·고수
늦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는 처서(양력 8월 23일 무렵)가 지나면, 파슬리·딜·고수 같은 허브를 다시 파종하기 좋은 시기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이 세 허브가 왜 하필 가을에 유리한지는 세 허브가 공통으로 속한 산형과(미나리과) 식물의 특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 파슬리(Petroselinum crispum): 생육 적정온도 15~20℃, 25℃ 이상에서는 생육이 부진해짐.
- 딜(Anethum graveolens): 발아 적정온도 16~21℃, 이식을 싫어해 직파가 원칙.
- 고수(Coriandrum sativum): 더위에 약해 고온에서 꽃대가 일찍 올라오는(추대) 경향.
ASPCA(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 공식 자료를 종별로 개별 확인한 결과입니다.
| 허브 | 개·고양이 독성(ASPCA) | 비고 |
|---|---|---|
| 파슬리 Petroselinum crispum |
독성(Toxic) | 푸라노쿠마린 성분, 많은 양을 먹으면 광과민 반응(일광화상·피부염) 가능 |
| 딜 Anethum graveolens |
무독성(Non-Toxic) | 정유 성분에 오래 접촉하면 피부염 가능성만 언급됨 |
| 고수 Coriandrum sativum |
무독성(Non-Toxic) | 해당 없음 |
개나 고양이가 파슬리 화분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반려동물이 먹은 것을 확인했을 때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수의사나 동물 중독 상담 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 허브는 왜 가을에 유독 잘 자랄까
파슬리·딜·고수는 모두 산형과(미나리과)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이 과에 속한 식물들은 대체로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고 무더위에는 약한 편인데, 특히 고수는 기온이 오르면 잎보다 꽃대를 먼저 올리는 추대 현상이 빨리 일어나 잎을 오래 수확하기 어려워집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지나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가을은, 이 세 허브에게는 다시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계절인 셈입니다.
처서는 전국 파종일이 아닙니다
처서는 절기력 위의 한 날짜일 뿐, 실제 기온은 해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릅니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초가을 기온 차이, 베란다처럼 도시 열섬의 영향을 받는 미기후, 그해의 늦더위 지속 여부에 따라 실제로 파종하기 좋은 시점은 앞뒤로 여러 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처서가 지났으니 오늘 뿌린다"보다는, 처서를 기준점 삼아 그 무렵부터 낮 최고기온이 25도 아래로 안정되는 시점을 직접 확인하고 파종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지역별 정확한 시기는 농촌진흥청 농사로의 작물별 재배 캘린더나 거주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안내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종일은 달력이 아니라 온도계가 정합니다
파슬리, 딜, 고수는 모두 산형과에 속하며 서늘한 기후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과에 속한 작물은 대체로 고온에서 생육이 둔해지고 가을에 다시 활기를 되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한여름을 지나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세 허브에게 공통으로 알맞은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러한 공통점을 이해하면 왜 세 종류를 함께 가을 파종 후보로 묶는지 분명해집니다.
파슬리(Petroselinum crispum)는 생육 적정온도가 15~20℃이며 25℃ 이상에서는 생육이 부진합니다. 딜(Anethum graveolens)은 발아 적정 지온이 15~21℃이고 씨를 뿌린 뒤 10~14일이 지나면 싹이 트기 시작합니다. 고수(Coriandrum sativum)는 세 허브 중에서도 더위에 특히 약해 기온이 오르면 잎보다 꽃대가 먼저 올라오는 추대가 빠르게 진행되므로 봄과 가을 재배가 권장됩니다. 세 종류의 적정 온도 범위를 나란히 놓으면 서늘한 시기를 선호한다는 점이 한눈에 드러납니다.
세 허브가 필요로 하는 온도대는 서로 겹치므로 특정 절기일이 전국 공통 파종일이 될 수는 없습니다. 처서는 이제 파종을 고려해도 좋다는 출발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 신호를 계기로 내 지역의 기온과 지온이 실제로 알맞은 범위에 들어왔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날짜라도 남부와 중부는 기온이 다르고 베란다와 노지처럼 재배 환경에 따라서도 조건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달력의 날짜만 보고 파종일을 정하기보다 최고기온이 25℃ 아래로 안정적으로 내려왔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낮 기온이 이 기준 아래에서 유지되면 세 허브 모두에게 무더위가 물러났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씨를 뿌리면 더위에 의한 추대 부담을 줄이고 가을 동안 잎을 더 오래 수확할 수 있습니다. 파종 전 며칠간의 기온 흐름을 함께 살펴보면 일시적인 저온이 아닌 안정적인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파슬리, 생육 적정온도부터 확인하기
파슬리(Petroselinum crispum)는 생육 적정온도가 섭씨 15도에서 20도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25도를 넘어서면 생육이 눈에 띄게 부진해지기 때문에, 한여름보다는 초가을이 오히려 파슬리에 맞는 계절입니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만큼 어느 정도 저온에도 견디는 편이라, 가을에 파종하면 늦가을까지 잎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사진: H. Zell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딜, 옮겨심기보다 바로 뿌리기
딜(Anethum graveolens)의 발아 적정온도는 섭씨 16도에서 21도 사이이며, 파종 뒤 발아까지 대략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립니다. 딜은 뿌리가 곧게 자라는 직근성이라 모종을 옮겨 심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허브처럼 미리 작은 화분에 씨앗을 틔워 옮기기보다, 처음부터 키울 자리에 씨앗을 직접 뿌리는 방식이 원칙입니다.
사진: JLPC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딜을 옮겨 심으면 꽃대가 먼저 올라옵니다
딜(Anethum graveolens)은 뿌리가 땅속으로 곧게 깊게 내려가는 깊은 직근을 가집니다. 직근은 중심이 되는 굵은 뿌리 하나가 수직으로 자라는 형태로, 당근의 뿌리를 떠올리면 모양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옆으로 넓게 퍼지는 잔뿌리보다 아래로 길게 뻗는 힘이 강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땅속에 단단히 고정됩니다. 이 때문에 자리를 잡은 뒤에는 뿌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옮겨 심기에 특히 약한 작물로 꼽힙니다. 한해살이로 생육기가 짧은 딜은 뿌리가 자리 잡는 시기와 잎이 자라는 시기가 겹쳐 뿌리 손상의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딜을 옮겨 심는 과정에서 뿌리가 꺾이거나 끊기면 지상부로 물과 양분을 보내는 통로가 끊깁니다. 모종판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옮기더라도 뿌리가 받는 물리적 자극 자체가 강한 스트레스가 됩니다. 이 스트레스를 받은 딜은 잎을 키우는 대신 꽃대를 일찍 올리는 추대로 반응합니다. 생육기가 짧고 기온이 오르면 추대가 빨라지는 특성과 겹쳐 옮겨 심은 포기는 정상적인 잎 수확이 어려워집니다.
실측 비교에서는 모종판에서 옮겨 심은 딜이 제자리에 직접 씨를 뿌려 키운 딜보다 2~3주 먼저 꽃이 피는 경우가 있습니다. 잎을 얻기 위해 키우는 딜에서 꽃이 먼저 피면 잎의 향이 약해지고 양도 줄어들어 그 포기는 사실상 수확이 끝난 것으로 봅니다. 이른 추대는 전체 생육 기간을 단축시키므로 잎 수확을 목적으로 할 때는 옮겨 심는 방식이 오히려 손해가 됩니다. 물을 고르게 주면 추대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뿌리 손상으로 촉발된 추대는 물 관리만으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딜은 자랄 자리에서 바로 씨를 뿌리는 직파가 원칙이며, 실내에서 모종을 키워 옮겨 심는 방법은 권하지 않습니다. 씨를 뿌린 뒤 싹이 트기까지는 10~14일이 걸리며, 발아에 알맞은 지온은 15~21℃입니다. 딜 씨앗은 빛을 받아야 발아하는 광발아성이므로 흙을 덮지 않거나 덮더라도 3mm 정도로 아주 얇게 덮어야 합니다. 씨앗을 깊이 묻으면 빛을 받지 못해 발아하지 못하므로 얇게 덮는 것이 발아율을 지키는 핵심입니다. 직파하면 뿌리가 꺾임 없이 곧게 내려가 추대 없이 잎을 오래 수확할 수 있습니다.
고수는 왜 누군가에게는 비누 맛일까
고수(Coriandrum sativum)는 세 허브 중에서도 더위에 특히 약해 기온이 오르면 잎보다 꽃대를 먼저 올리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그래서 잎을 오래 즐기려면 봄이나 가을처럼 서늘한 시기에 파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고수를 둘러싼 호불호는 재배 조건이 아니라 사람의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2012년 발표된 유전학 연구에서는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 유전자(OR6A2) 근처의 특정 변이를 가진 사람들이 고수 특유의 향을 비누 냄새처럼 느낀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고수를 향한 호불호가 이 유전자 하나로 전부 설명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Schlaghecken Josef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사진: Schlaghecken Josef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고수 비누맛, 유전은 맞지만 유전자 하나 때문은 아닙니다
고수(Coriandrum sativum)에서 비누 같은 맛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조사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한 연구에서는 3~21% 범위로 보고되었고, 다른 자료에서는 4~14%로 집계되었습니다. 하나의 확정된 수치로 정리할 수 없으며, 조사 대상과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주변에 몇 명이 비누맛을 느끼는지를 기준으로 일반적인 비율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유전이 관여한다는 근거는 쌍둥이 연구에서 확인됩니다. DNA를 모두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는 약 80%가 고수에 대한 호오가 일치했고, DNA를 절반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는 약 50%만 일치했습니다. 공유하는 유전자가 많을수록 호오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관련 유전자로는 후각수용체 유전자군에 속한 OR6A2가 지목되며, 이 수용체는 고수 특유의 냄새를 내는 알데하이드류에 대한 결합 특이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OR6A2가 있다고 해서 고수를 싫어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누맛 감지의 유전율은 약 0.087로 낮게 측정되었습니다. 이는 유전적 영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의 유전자가 호오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기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고수를 싫어하는 이유를 단일 유전자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과장된 해석입니다. 향에 대한 반응에는 유전자 외에도 경험과 식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합니다.
집단별 차이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흑인·라틴계·동아시아계·남아시아계는 유럽계보다 비누맛을 느끼는 비율이 낮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OR6A2가 유럽계 집단에서 비누 냄새 감지에 기여하는 수용체일 수 있다는 설명은 현재 제시된 가설이며 확정된 결론은 아닙니다. 가정에서 재배할 때는 가족 중 고수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단순한 취향 문제로만 여기기보다, 잎을 어릴 때 수확해 향을 부드럽게 쓰거나 씨앗인 고수씨를 따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눠 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준점은 처서, 확인은 온도로
파슬리·딜·고수는 모두 산형과 식물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가을에 함께 파종하기 좋습니다. 처서라는 절기는 파종을 떠올리게 하는 신호일 뿐, 실제 파종 시점은 그 무렵부터 낮 기온이 세 허브에게 맞는 범위로 내려앉았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사진: Krzysztof Ziarnek, Kenraiz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사진: Sanjay Acharya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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