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허브 4종 키우기: 바질·로즈마리·민트·타임 조건 비교
베란다에서 허브를 키워 보겠다고 마음먹으면 흔히 바질, 로즈마리, 민트, 타임 이 네 가지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넷을 같은 방식으로 물 주고 같은 자리에 나란히 두면, 몇 주 안 가 누구는 시들고 누구는 화분을 뚫고 나오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네 허브는 원산지도, 견디는 최저 온도도, 물을 좋아하는 정도도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 바질(Ocimum basilicum): 열대·아열대 원산의 한해살이. 서리에 매우 약함, 강한 직사광 필요.
- 로즈마리(Salvia rosmarinus, 이전 학명 Rosmarinus officinalis): 지중해 원산 상록 관목. 추위보다 과습에 약함.
- 민트(대표종 Mentha spicata 등): 유럽·아시아 온대 원산. 내한성 강하나 뿌리줄기로 왕성히 퍼짐.
- 타임(Thymus vulgaris): 서지중해 원산 상록 소관목. 배수 불량에 특히 취약.
네 허브 모두 사람에게는 흔히 먹는 안전한 허브이지만, 반려동물 기준으로는 하나가 다릅니다.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 공식 자료를 종별로 개별 확인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허브(학명) | 개·고양이 독성(ASPCA) | 비고 |
|---|---|---|
| 바질 Ocimum basilicum |
무독성(Non-Toxic) | 개·고양이·말 모두 해당 없음 |
| 로즈마리 Salvia rosmarinus |
무독성(Non-Toxic) | 개·고양이·말 모두 해당 없음 |
| 민트 Mentha sp. |
독성(Toxic) | 정유 성분, 대량 섭취 시 구토·설사 유발 가능 |
| 타임 Thymus vulgaris |
무독성(Non-Toxic) | 개·고양이·말 모두 해당 없음 |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서 민트를 베란다에 둘 계획이라면, 반려동물이 잎을 직접 뜯어 먹지 못하도록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려동물이 민트 잎을 먹은 것을 확인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수의사나 동물 중독 상담 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구토나 설사 증상을 보이면 즉시 문의하세요.
베란다는 하나의 환경이 아닙니다
"베란다"라는 한 단어 안에는 사실 서로 다른 두 환경이 섞여 있습니다. 새시로 유리를 막아 실내처럼 쓰는 베란다는 겨울철 바깥보다 기온이 높게 유지되지만, 유리를 통과하며 광량이 줄어드는 대신 여름에는 열기가 갇히기 쉽습니다. 반대로 방충망 정도만 있고 외기에 그대로 노출된 베란다는 광량은 넉넉하지만 겨울 최저기온이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방향도 중요해서, 남향 유리 베란다와 북향 베란다는 같은 "유리 막힌 베란다"라도 받는 직사광 시간이 크게 차이 납니다. 네 허브를 키우기 전에 먼저 내 베란다가 이 중 어디에 가까운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4종 조건 비교표
네 허브는 온도를 표시하는 기준부터 서로 다릅니다. 바질은 "이 온도 아래로 내려가면 생장이 멈춘다"는 생장정지 기준으로 연구된 자료가 있고, 로즈마리·민트·타임은 "겨울을 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지역"을 뜻하는 내한구역(질병이 아니라 최저 겨울 기온 범위를 지역별로 나눈 원예 지표) 기준으로 자료가 나옵니다. 두 기준을 섞어 하나의 숫자표로 만들면 오히려 부정확해지므로, 아래 표는 각 항목이 어떤 기준의 수치인지를 함께 표시했습니다.
| 허브 | 온도 기준(출처) | 광량 | 배수 민감도 |
|---|---|---|---|
| 바질 | 생장정지 약 11℃ 이하(재배 연구) | 강한 직사광 | 보통 |
| 로즈마리 | USDA 내한구역 8~10(Missouri Botanical Garden) | 전일광 선호 | 민감(과습 취약) |
| 민트(스피어민트 기준) | 강한 내한성 보고(PFAF), 정확한 구역 수치는 자료마다 편차가 있어 이번 조사에서 단일 수치로 확정하지 않음 | 반음지도 가능 | 보통 |
| 타임 | 강한 내한성 보고(PFAF), 정확한 구역 수치는 자료마다 편차가 있어 이번 조사에서 단일 수치로 확정하지 않음 | 전일광 선호 | 매우 민감(과습 시 뿌리썩음) |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로즈마리의 USDA 8~10구역이라는 표시는 "품종에 따라 최저 약 영하 12도 안팎까지 견디는 지역부터, 서리를 거의 못 견디는 지역까지 폭이 넓다"는 뜻입니다. 같은 로즈마리라도 품종에 따라 내한성 차이가 크므로, 화분에 붙은 품종명을 확인하고 불확실하면 보수적으로(추위에 약하다고 가정하고) 관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바질, 왜 유독 겨울을 못 넘길까
바질(Ocimum basilicum)은 열대와 아열대 아시아에서 북부 호주에 걸쳐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원산지의 기후 자체가 서리를 모르는 곳이다 보니, 바질은 낮은 온도에 대응하는 능력을 거의 갖추지 못했습니다. 재배 연구에서는 바질의 생장이 섭씨 11도 아래로 내려가면 사실상 멈추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그래서 바질은 여러해살이가 아니라 한 해를 살고 마는 한해살이로 다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광량 요구가 특히 높은 편입니다. 그늘에서는 사실상 자라지 못하고, 창가에서 30센티미터 이상 떨어지면 웃자라거나 잎이 부실해지기 쉽습니다. 유리 막힌 남향 베란다라면 봄부터 가을까지는 무난히 키울 수 있지만, 겨울에는 실내로 완전히 들이고 채광이 가장 좋은 자리를 내주어야 합니다.
사진: Eric Chan W.C.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영하가 아닌데도 바질만 검게 변하는 이유
베란다에 둔 허브 중 유독 바질(Ocimum basilicum)만 잎이 검게 변해 죽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베란다 안은 얼지 않아 영상대를 유지하는데도 바질만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기를 잃습니다. 같은 자리에 둔 로즈마리나 타임은 멀쩡한데 바질만 유독 시드는 모습입니다. 이 차이는 바질이 추위를 견디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바질의 냉해는 영하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10~12℃ 아래에서 이미 냉해가 시작된다는 보고가 있으며 생육기와 저장기 모두에 해당합니다. 5℃ 아래에서는 심각한 손상을 입습니다. 베란다가 얼지 않는 영상대라도 바질에게는 이미 위험한 온도인 셈입니다.
10℃ 아래에 오래 두면 세포막이 손상되면서 잎에 물에 젖은 듯한 짙은 반점이 생기고 이후 검게 변합니다. 그 상태가 이어지면 생육이 느려지고 잎이 떨어지며 곰팡이병에도 약해집니다. 바질의 생육 최적 온도는 21~27℃로, 10℃는 생존 하한선에 가까운 온도입니다. 최적 온도에서 멀어질수록 바질이 받는 부담은 급격히 커집니다.
바질은 열대·아열대 아시아 원산의 온난기 작물로 내한성이 없습니다. 원래 겨울을 나는 식물이 아니라 생활사상 겨울에 죽고 씨앗을 떨어뜨려 다음 해를 잇습니다. 따라서 영상 베란다에서 억지로 버티게 하는 실내 월동보다 생활사를 인정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가을에 씨앗을 받아 두거나 봄에 새 모종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바질의 특성에 맞습니다. 품종에 따라 추위를 견디는 정도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품종별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로즈마리, 학명부터 달라졌습니다
로즈마리는 오랫동안 Rosmarinus officinalis라는 학명으로 불려 왔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 발표된 분자 계통학 연구를 국제적인 식물명 데이터베이스(Kew 식물원의 Plants of the World Online)가 수용 근거로 채택하면서, 1835년에 이미 발표되어 있던 Salvia rosmarinus라는 이름이 현재의 수용학명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시중 화분 라벨에는 아직 예전 학명이 더 많이 남아 있지만, 둘은 같은 식물을 가리킵니다.
로즈마리는 지중해 연안이 고향인 상록 관목이라 바질보다 훨씬 추위에 강합니다. 다만 로즈마리를 겨울에 잃는 원인은 대개 추위 자체가 아니라 물입니다. 뿌리가 축축한 흙에 오래 잠겨 있으면, 기온이 영상이어도 뿌리가 상해 버립니다. 겨울철 로즈마리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주기 간격을 늘리고 배수가 잘되는 흙을 쓰는 일입니다. 남향의 난방 없는 베란다 정도라면 겨울을 나는 경우도 많지만, 기온이 영하로 자주 떨어지는 환경에서는 실내로 옮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로즈마리가 세이지 속으로 들어간 이유 - 700 대 15
로즈마리는 오랫동안 Rosmarinus officinalis라는 학명으로 불렸습니다. 이 이름이 바뀐 계기는 2017년 학술지 Taxon에 실린 Bryan Drew 등의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Salvia, Rosmarinus, Dorystaechas, Meriandra, Perovskia, Zhumeria 여섯 속의 DNA 서열을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여섯 속은 서로 동등하게 가까운 관계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로즈마리가 옛 Rosmarinus 속 안의 식물들보다 Salvia의 다른 종들과 더 가깝다는 뜻입니다. 계통상 같은 묶음에 있어야 할 식물이 다른 속 이름 아래 갈라져 있던 셈입니다. 분류를 계통에 맞게 바로잡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Salvia를 여러 속으로 쪼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다섯 속을 Salvia로 합치는 것입니다.
두 방법 모두 계통적 진실에는 맞지만 바꾸어야 할 이름의 수는 전혀 달랐습니다. Salvia를 쪼개면 700종 남짓을 개명해야 하고, 작은 다섯 속을 합치면 15종만 고치면 됩니다. 학명은 진실뿐 아니라 혼란의 총량도 계산해 정합니다. 학계는 후자를 택했고, 로즈마리는 Salvia rosmarinus가 되었습니다.
이 통합은 2019년 영국왕립원예협회(RHS) 명명·분류 자문그룹이 수용했고, RHS Plant Finder 2020에 Salvia rosmarinus로 반영되었습니다. 현재 유통되는 화원 라벨에 여전히 Rosmarinus officinalis라 적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식물이 아니라 같은 식물의 옛 이름입니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키우는 법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진: David J. Stang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민트는 왜 화분을 자꾸 벗어날까
시중에서 "민트"로 불리는 식물은 스피어민트(Mentha spicata)부터 페퍼민트(Mentha × piperita), 애플민트 등 여러 근연종과 교잡종을 포괄하는 이름입니다. 구입할 때 정확한 종명이 궁금하다면 화분 라벨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종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민트속 식물 대부분은 뿌리줄기, 그러니까 땅속을 옆으로 뻗어 나가는 줄기를 통해 번식합니다. 이 뿌리줄기 마디마다 새 싹과 새 뿌리가 돋아나기 때문에, 화분 없이 땅에 바로 심으면 순식간에 옆 화단까지 세력을 넓힙니다. 이것은 민트가 나쁜 식물이라서가 아니라, 번식 기관의 구조가 다른 세 허브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재배상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베란다 화분에서 민트를 키울 때는 그 화분 자체가 뿌리줄기의 확산을 막는 경계가 되도록 충분히 깊고 큰 화분을 쓰고, 몇 년에 한 번은 포기를 나누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노지에 바로 심을 경우의 확산 범위는 이 글의 범위 밖입니다). 이 글에서 대표로 다루는 스피어민트(Mentha spicata) 기준으로는 추위에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어 월동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페퍼민트 등 다른 종·품종은 내한성이 다를 수 있으므로 구매한 라벨의 정확한 종명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진: H. Zell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민트가 화분을 벗어나는 이유, 땅속 줄기에 있습니다
민트가 옆으로 번지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잎과 줄기가 아니라 땅속에 있습니다. 민트는 지하경으로 퍼지는데, 지하경은 땅속에서 옆으로 자라며 마디마다 새 순을 올려 보내는 줄기입니다. 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줄기이기 때문에 각 마디에서 뿌리와 싹이 함께 나옵니다. 땅 위에서도 뿌리가 달린 기는줄기가 뻗어 나가며 같은 방식으로 무리를 넓힙니다. 한 번 자리 잡으면 흙 속에서 계속 이동하므로 겉에서 잎 몇 장을 잘라낸다고 확산이 멈추지 않습니다.
확산 속도는 조건이 좋을 때 특히 빠릅니다. 지하경이 주당 수 인치씩 자란다는 보고가 있으며, 뿌리 시스템은 월 13cm, 약 5인치까지 뻗을 수 있습니다. 한 포기가 한 생육기 동안 지름 60cm, 약 2피트 범위를 덮을 수 있어 작은 화단 하나를 혼자 차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미국에서는 페퍼민트(Mentha × piperita)와 스피어민트(Mentha spicata)가 32개 주에서 침입 가능성 있음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분류 근거는 자생 초본을 밀어내고 씨앗에서 자라는 어린 식물의 정착을 억제한 사례이며, 버몬트대 확장사업과 USDA 식물 데이터베이스가 기준으로 인용됩니다.
가정 화단은 흙이 자주 뒤집히고 축축하며 비옥해 민트가 선호하는 조건과 일치합니다. 그래서 빈 땅에 바로 심으면 통제가 어려워집니다. 지하경이 주변 흙으로 뻗지 못하도록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분에 심는 것입니다. 깊이와 너비가 30~45cm, 약 12~18인치 이상이고 바닥에 배수구가 확보된 화분을 쓰면 확산을 화분 안에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화분이 작으면 지하경이 배수구를 통해 빠져나오거나 화분 안을 가득 채워 생육이 불량해지므로 충분한 크기를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Stefan.lefnaer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타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추위가 아니라 물입니다
타임(Thymus vulgaris)은 서지중해 지역의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자라 온 식물입니다. 그 근본 때문에 타임은 물 빠짐에 특히 예민한 편입니다. 배수가 나쁜 흙에 심으면 뿌리가 쉽게 썩습니다. 화분 바닥에 배수층을 두껍게 깔고, 흙이 완전히 마른 뒤에 물을 주는 방식이 타임에는 잘 맞습니다. 광량은 전일광을 선호하지만, 로즈마리와 마찬가지로 추위보다는 여름철 한국의 고온다습한 장마가 오히려 더 큰 고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 Misaocha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내 베란다부터 파악하고 시작하기
네 허브를 한 화분 관리 습관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강한 직사광이 필요한 바질, 추위보다 과습을 겁내는 로즈마리, 뿌리줄기로 화분을 벗어나려는 민트, 물 빠짐에 예민한 타임. 각자의 원산지 기후를 떠올리면 왜 이렇게 다른 조건을 요구하는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내 베란다가 유리로 막힌 온실형인지, 외기에 노출된 방충망형인지,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부터 확인한 뒤에 네 허브 중 지금 내 환경에 맞는 것을 고르는 순서가 가장 실패가 적습니다.
- Plants of the World Online, Royal Botanic Gardens, Kew - Salvia rosmarinus 분류 정보
- Missouri Botanical Garden Plant Finder - 로즈마리 재배 조건
- PFAF(Plants For A Future) Database - 타임 내한성·토양 조건
- 농촌진흥청 농사로(nongsaro.go.kr) - 국내 재배 실측 정보
- ASPCA Animal Poison Control - 민트 반려동물 독성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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