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하수오·적하수오·이엽우피소, 뿌리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하수오를 검색하면 대개 비슷한 글이 나옵니다. 백하수오와 적하수오와 이엽우피소를 구별하는 법 몇 가지를 표로 정리한 글들입니다. 뿌리 색이 어떻고 단면이 어떻고 무게가 어떻다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주제를 다룬 국내 학술지 논문 한 편은 정반대의 결론을 적어 두었습니다. 2014년 한국약용작물학회지에 실린 형태 비교 연구의 초록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은조롱과 이엽우피소 간에는 차이가 분명하지 않아 식별이 불가능하였다

은조롱은 백하수오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는 뿌리 형태로 구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약재로 유통되는 부위가 바로 그 뿌리입니다. 2015년에 벌어진 일은 이 구조 위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글은 구별법을 알려주는 글이 아닙니다. 무엇이 갈리고 무엇이 갈리지 않는지를 정확히 나누어 보는 글입니다.

세 식물의 분류
구분백하수오적하수오이엽우피소
국명큰조롱하수오이엽우피소
학명Cynanchum wilfordii (Maxim.) Hook.f.Pleuropterus multiflorus (Thunb.) Turcz. ex NakaiVincetoxicum auriculatum (Royle ex Wight) Kuntze
협죽도과마디풀과협죽도과
CynanchumPleuropterusVincetoxicum
자생 분포러시아 극동, 중국, 일본 중부·남부중국, 인도차이나 북부, 대만파키스탄 북부에서 중국 남중부
한약재명백수오(白首烏), 백하수오하수오(何首烏), 적하수오해당 없음
약용 부위덩이뿌리덩이뿌리해당 없음 (식품 원료 불인정)
주요 성분확인된 1차 문헌 없음안트라퀴논계 chrysophanol, emodin, rhein확인된 1차 문헌 없음
안전 주의분말 형태 사용 제한간손상 보고간독성 확인 · 식품 원료 불인정

학명과 분포는 Plants of the World Online(Kew)에서 2026년 8월 확인한 값입니다.

안전 경고
  • 적하수오는 임상적으로 명백한 급성 간손상이 다수 보고돼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LiverTox는 이 손상이 중증이거나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적습니다. 재복용하면 재발이 흔하므로 다시 먹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도 적습니다. 경과는 피로와 메스꺼움, 오른쪽 윗배 통증으로 시작해 소변이 짙어지고 황달이 오는 형태로 보고돼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멈추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며, 스스로 양을 줄여 계속 먹어서는 안 됩니다.
  • 같은 자료는 손상이 용량과 무관한 특이체질성이며 다시 복용하면 재발하며 그때는 발병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짧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수오가 원인인 줄 모르고 다시 먹어 재발한 경우가 보고됩니다.
  • 백수오는 열수추출물 형태로만 식품 사용이 제한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8월 22일 분말 형태에 위해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분말 함유 한약제제에는 잠정 유통·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 이엽우피소는 간독성이 확인됐고 식품 원료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현행 불인정 상태를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 야생 개체를 직접 채취해 쓰지 않습니다. 관찰 대상으로 두고, 이용은 재배품과 정식 유통품으로 합니다.
  • 지병이 있거나 복용 중인 약이 있으면 전문가와 상의할 것.

하수오는 한 식물의 이름이 아니다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이름입니다. 하수오라는 말은 하나의 식물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한약재명 체계에서 하수오(何首烏)는 마디풀과 식물의 덩이뿌리입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본초 자료는 이를 "마디풀과 식물 하수오의 덩이뿌리"로 기재합니다. 이것을 적하수오라고도 부릅니다. 반면 백하수오(白何首烏), 또는 백수오(白首烏)는 협죽도과 식물의 덩이뿌리입니다. 식물 국명으로는 큰조롱입니다.

여기까지는 '적'과 '백'이 붙어 있으니 구분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향명에서 그 구분이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한국전통지식포탈의 백하수오 항목은 향명 목록을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큰조롱, 백하수오(白何首烏), 새박, 새박풀, 은조롱, 하수오(何首烏)

공적 데이터베이스가 백하수오의 향명 가운데 하나로 '하수오'를 등재하고 있습니다. 과가 다른 두 식물이 '하수오'라는 이름 하나를 공유한다는 뜻입니다. 마디풀과와 협죽도과는 가까운 관계가 아닙니다. 메밀과 협죽도만큼 멀입니다.

명칭 자체의 역사도 얽혀 있습니다. 최환수 등이 한국한의학연구원논문집 9권 1호(2003)에 연구를 실었습니다. 何首烏와 白何首烏는 이름이 비슷하나 기원식물이 다르며, 이것이 초기 약용 혼동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白何首烏라는 명칭은 19세기 한국에서 먼저 성립했고 중국이 뒤에 채택했습니다. 何首烏는 한국·북한·중국·일본 약전에 모두 올라 있으며 북한은 이를 赤何首烏로 부릅니다. 연구자들은 한국 약전에서는 白首烏보다 白何首烏가 더 적절한 명칭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지금 식약처와 소비자원 공문서가 쓰는 '백수오'는 그 논쟁의 반대편 표기입니다.

학명 쪽 사정은 더 복잡하다

적하수오는 속명이 네 개나 존재합니다. Polygonum에서 Fallopia로, 다시 Reynoutria와 Pleuropterus로 옮겨 다녔으니 자리를 바꾼 횟수로는 세 번입니다. 현행 정명은 Pleuropterus multiflorus (Thunb.) Turcz. ex Nakai입니다. Plants of the World Online 기준입니다. Polygonum multiflorumFallopia multiflora는 이명입니다. Reynoutria multiflora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GBIF는 Reynoutria multiflora를 정명으로 둡니다.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답이 갈리는 분류군입니다. 이명은 Plants of the World Online 기준으로 15건입니다.

그래서 자료마다 다른 시대의 이름을 씁니다. 대한민국약전과 국내 본초 자료는 Polygonum multiflorum을 씁니다. 국제 학술 논문 다수도 같은 이름입니다. 반면 위키미디어 커먼즈의 사진 분류는 Reynoutria multiflora를 씁니다. 같은 식물인지 알아보려면 이명 목록을 따로 대조해야 합니다.

여기에 명명자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Polygonum multiflorum Thunb.는 하수오입니다. 그런데 Polygonum multiflorum Gueldenst.는 전혀 다른 분류군입니다. Plants of the World Online에서 후자의 지위는 Unplaced이고 분포는 캅카스입니다. 속명과 종소명이 같아도 명명자가 다르면 다른 식물입니다. 학명 표기에서 명명자를 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엽우피소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널리 쓰이는 이름은 Cynanchum auriculatum Royle ex Wight입니다. 그러나 Plants of the World Online 기준으로 이것은 이명입니다. 정명은 Vincetoxicum auriculatum (Royle ex Wight) Kuntze입니다. 그런데 백하수오는 여전히 Cynanchum에 남아 있습니다. 이 기준을 따르면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속부터 다른 식물이 됩니다. 반면 국내외 논문과 식약처 자료는 대체로 둘을 같은 Cynanchum 속의 다른 종으로 다룹니다.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두 식물의 거리가 달라집니다. 이름이 층마다 어긋나는 구조 자체는 「약초 이름의 함정, 같은 이름으로 팔리는 다른 식물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살아 있을 때는 갈린다, 유액과 덩굴 방향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구별할 수 없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살아 있는 개체를 앞에 두면 갈리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2014년 한국약용작물학회지 연구는 백수오·이엽우피소·박주가리·하수오 네 종의 형태 형질을 비교했습니다. 이 가운데 협죽도과 세 종(백하수오·이엽우피소·박주가리)은 마디풀과인 하수오와 네 가지 형질에서 갈립니다.

형질협죽도과 3종 (백하수오·이엽우피소·박주가리)적하수오 (마디풀과)
덩굴 감는 방향왼쪽으로 감는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 기준
오른쪽으로 감는다
잎 배열마주난다어긋난다
절단면줄기와 잎 모두에서 유액이 나온다유액이 없다
줄기 목질화없다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실용적인 것은 유액입니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협죽도과 세 종에서는 흰 젖물이 배어 나오고 하수오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협죽도과는 유액을 가진 대표적인 과이고, 마디풀과는 그렇지 않입니다. 도구가 필요 없고 계절도 크게 타지 않는 형질입니다.

덩굴 감는 방향도 마찬가지로 안정적입니다. 덩굴식물이 지지대를 감는 방향은 종에 따라 고정돼 있어서 개체마다 달라지지 않습니다. 큰조롱은 굵은 뿌리에서 나온 원줄기가 왼쪽으로 감고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적하수오냐 아니냐는 살아 있는 개체에서 어렵지 않게 갈립니다. 과가 다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다음 절입니다.

갈리는 경계와 갈리지 않는 경계 살아 있는 개체에서는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인 협죽도과 두 종이 적하수오인 마디풀과 한 종과 네 형질로 구분됩니다. 말린 뿌리 유통 상태에서는 적하수오는 나머지 둘과 구분되지만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 갈리는 경계와 갈리지 않는 경계 실선은 확인 가능한 경계, 점선은 확인 불가능한 경계 확인 가능 확인 불가 살아 있는 개체, 갈린다 네 형질을 보면 협죽도과 2종과 마디풀과 1종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하수오(큰조롱)협죽도과 이엽우피소협죽도과 적하수오(하수오)마디풀과 확인 가능한 경계 협죽도과 2종 ↔ 마디풀과 1종 덩굴 감는 방향 왼쪽 , 잎 배열 마주남 , 절단면 유액 나옴 없음 가장 실용적인 형질 줄기 목질화 없음 있음 말린 뿌리, 유통 상태 살아 있는 개체의 형질은 사라지고, 확인할 수 있는 경계가 달라집니다. 백하수오(큰조롱) 말린 뿌리 이엽우피소 말린 뿌리 적하수오(하수오) 말린 뿌리 ? 백하수오 ↔ 이엽우피소: 갈리지 않는다 점선 경계 · 말린 뿌리만으로 확인 불가능 확인 가능 적하수오 ↔ 나머지 둘: 갈린다 실선 경계 유통되는 부위가 바로 이 뿌리다
윗단은 살아 있는 개체다. 네 형질로 협죽도과 두 종과 마디풀과 한 종의 경계가 갈리며, 절단면 유액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아랫단은 말린 뿌리입니다. 적하수오는 여전히 갈리지만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 사이는 점선으로 남는다.

그런데 뿌리는 갈리지 않는다

같은 연구는 뿌리 형질도 함께 비교했습니다. 결과가 갈렸습니다. 박주가리와 하수오는 뿌리 형질에서 나머지와 갈리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은조롱, 곧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 두 종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글이 문제 삼는 것은 바로 이 한 쌍입니다.

은조롱과 이엽우피소 간에는 차이가 분명하지 않아 식별이 불가능하였다

연구진은 이 둘을 판별하려면 해부형태적 특징이나 무작위 증폭 다형성 DNA 분석(RAPD) 같은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육안 관찰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뜻입니다.

왜 하필 뿌리에서 갈리지 않는가

식물을 종 수준에서 가르는 형질은 대개 생식기관에 몰려 있습니다. 꽃받침이 몇 갈래로 갈라지는지, 꽃차례가 어떤 구조인지, 열매가 어떤 형태인지가 분류의 언어입니다. 잎도 어느 정도 정보를 줍니다. 배열과 모양, 가장자리의 톱니가 종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뿌리는 그렇지 않입니다. 뿌리는 흡수와 저장이라는 기능에 맞춰 형태가 결정되고, 그 기능은 종이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입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양분을 저장하는 두 식물은 비슷한 덩이뿌리를 만듭니다.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는 같은 협죽도과의 근연종이고 생육 방식도 유사합니다. 뿌리가 닮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입니다.

여기에 가공이 겹칩니다. 약재로 유통되는 단계에서는 꽃도 잎도 줄기도 없습니다. 유액이 나오는지 확인할 줄기가 없고, 덩굴이 어느 쪽으로 감는지 볼 수 있는 개체도 없습니다. 남는 것은 뿌리이고 그마저 잘리고 말라 있습니다. 앞 절에서 정리한 네 가지 형질이 전부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판별 연구는 유전자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확인되는 것만 해도 여러 갈래입니다. 엽록체 DNA의 InDel 마커, 미스매치 프라이머를 쓴 ARMS-PCR가 있습니다. matK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을 이용한 실시간 PCR도 있습니다. RAPD에서 유도한 SCAR 마커와 다중 PCR, 테라헤르츠 분광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판별법 논문이 이렇게 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눈으로는 갈리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정리, 무엇이 갈리고 무엇이 갈리지 않는가
비교 대상살아 있는 개체말린 뿌리 (유통 상태)
적하수오 ↔ 백하수오갈린다
유액 유무, 덩굴 방향, 잎 배열, 줄기 목질화
일부 갈린다
2014년 연구에서 하수오는 뿌리로 구별 가능한 쪽에 속했다
적하수오 ↔ 이엽우피소갈린다
위와 같은 이유 (과가 다르다)
일부 갈린다
백하수오 ↔ 이엽우피소같은 과의 근연종이라 위 네 형질로는 갈리지 않는다갈리지 않는다
2014년 연구 원문, 식별이 불가능하였다

출처: 김민자 외, 한국약용작물학회지 22(2) (2014)

2015년,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15년 봄에 벌어진 일은 위의 구조 위에서 일어났습니다. 기관 발표만 시간 순으로 놓습니다.

2015년 4월 22일,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과 함께 유통 백수오 제품 32개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조사 결과제품 수
진짜 백수오를 사용한 제품3개 (9.4%)
이엽우피소를 단독 또는 혼합 사용한 제품21개 (65.6%)
백수오가 확인되지 않은 제품
(유전자검사 가능하나 미검출 2개, 제조공법상 확인 불가능 6개)
8개 (25.0%)

이엽우피소가 나온 21개는 다시 이엽우피소만 사용한 12개(37.5%)백수오와 섞어 쓴 9개(28.1%)로 나뉜입니다. 소비자원은 자진 회수와 폐기를 권고했고 23개 업체가 이를 수용했습니다. 대체 동기로는 이엽우피소의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고 생육기간이 1년으로 백수오의 2~3년보다 짧다는 점이 제시됐습니다.

2015년 4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리고 검사법의 한계

식약처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백수오를 쓰는 제조업체 300여 곳이 대상이었고, 소비자원이 지적한 21개 제품 중 13개를 검사해 혼입을 확인했습니다. 검사에는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 시험법과 2015년 2월에 나온 「식품 중 사용원료 진위 판별지침서」가 쓰였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에는 결정적인 단서가 붙어 있었습니다. 검사가 정성시험이므로 혼입 여부만 확인할 수 있고 혼입 비율은 산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한 줄이 사태 전체의 분기점이 됩니다. 섞였는지 여부는 알 수 있지만 얼마나 섞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후 이어진 모든 논쟁, 곧 가짜인가 미량 혼입인가 하는 다툼은 이 측정의 공백 위에서 벌어졌습니다.

2015년 5월 26일, 판정 불가 157개

한 달 뒤 식약처가 전면 조사 결과를 냈습니다. 백수오를 사용한다고 신고된 것은 300개 업체의 721개 제품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2년간 생산실적이 없거나 재고가 없는 514개를 뺐습니다. 남은 128개 업체의 207개 제품을 검사했습니다.

구분제품 수
이엽우피소 검출40개 (건강기능식품 1개, 일반식품 39개)
불검출10개 (일반식품)
DNA 분해로 판정 불가157개

원료 농산물 쪽은 31건 중 19건에서 검출됐습니다.

207개 가운데 157개는 검출도 불검출도 아니었습니다. 가공 과정에서 DNA가 분해되어 유전자 검사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 절에서 본 구조가 여기서 다시 나타납니다. 형태로 갈리지 않아 유전자로 갔는데, 가공된 완제품에서는 그 유전자마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유통의 상당 부분은 측정되지 않은 채로 남았습니다.

같은 발표에서 식약처는 독성시험에 OECD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최소 2년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예비시험과 동료평가를 포함한 기간입니다.

2017년 8월 22일, 2년 뒤의 결론

독성시험과 위해평가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은 형태에 따라 갈렸습니다.

  • 백수오 열수추출물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 모두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백수오 분말은 달랐습니다. 동물시험에서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났습니다. 표시된 섭취방법대로 매일 평생 최대량을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위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분말 제품 17종이 모두 노출안전역 100 이하를 보였습니다.
  • 이엽우피소는 간독성이 확인됐고, 식품 원료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개정해 백수오를 열수추출물로만 쓰도록 제한했습니다. 백수오 분말이 든 한약제제에는 잠정 유통·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학술 쪽의 실측

기관 발표와 별개로 학술지에도 실측이 남아 있습니다. Molecules 2018년 23권 6호에 실린 연구가 그 예입니다. 엽록체 DNA의 세 구간, 곧 trnQ-psbK, rps2-rpoC2, psaJ-rpl33 사이에서 종 특이적인 삽입·결실 마커를 찾아냈습니다.

이 마커로 국내 시장의 건조 백수오 제품 10종을 검사했습니다. 1종은 이엽우피소였고, 다른 1종에서는 두 종의 밴드가 함께 검출됐습니다. 두 종이 섞여 있었다는 뜻입니다.

무엇이 들었고 어디까지 밝혀졌나

성분

적하수오의 주요 성분으로는 안트라퀴논 계열 화합물이 기재돼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LiverTox는 chrysophanol, emodin, rhein을 활성 성분으로 여겨지는 물질로 적고 있습니다. 스틸벤 배당체 계열의 THSG(2,3,5,4′-테트라하이드록시스틸벤-2-O-β-D-글루코사이드)도 품질 지표 성분으로 다뤄집니다.

이 성분 목록을 안전 정보와 떼어 놓고 읽으면 안 됩니다. LiverTox는 적하수오의 간손상이 통상 이 안트라퀴논 계열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기술합니다. 다만 같은 자료가 곧바로 덧붙입니다. 간독성의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백하수오의 성분에 대해서는 여러 화합물명이 거론되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성분마다 1차 문헌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은 적지 않는 편이 낫입니다.

연구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유용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세포 실험, 동물 실험, 사람 대상 시험은 근거의 급이 서로 다릅니다. 하수오는 그 급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적하수오는 사람 대상 근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효성이 아니라 간손상 쪽입니다.

연구 단계확인된 내용
사람, 증례 집적임상적으로 명백한 급성 간손상이 다수 보고됐습니다. 잠복기는 수일에서 6개월까지이며, 간세포형 또는 혼합형으로 나타난다
사람, 유전 연관HLA-B*35:01 대립유전자가 주요 위험인자로 지목됩니다. 중국인 집단에서 증례의 70~88%에서 발견되며 대조군에서는 5%
사람, 증례 시리즈하수오 섭취 후 간손상 18증례를 보고한 연구가 있다
동물열수추출물을 투여한 랫드에서 간독성이 재현된 연구가 있다
미규명간독성의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유효성에 대해서는 LiverTox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Polygonum multiflorum의 유효성은 전향적 대조시험으로 입증된 바 없으나, 처방 없이 널리 구입할 수 있다

HLA 연관이 이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손상이 면역학적으로 매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LiverTox는 덧붙입니다. 바꿔 말하면 누가 손상을 입을지가 섭취량보다 체질에 달려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적당히 먹으면 괜찮다"는 식의 기준을 세울 수 없습니다.

백하수오는 사정이 다릅니다. 식약처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OECD 가이드라인에 따른 독성시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안전성 평가이지 유효성 시험이 아닙니다. 백하수오 단독의 사람 대상 유효성 시험은 확인되지 않았고,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엽우피소는 식약처 시험에서 간독성이 확인된 것 외에 유효성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공적으로 인정된 것과 먹는 방법

기능성 원료로 인정된 것

있습니다. 다만 백수오 단독이 아닙니다.

2010년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이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인정됐습니다. 백수오와 한속단(韓續斷), 당귀의 열수추출물을 조합한 원료이고, 인정된 기능성 문구는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입니다.

이 문장을 정확히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정 대상은 세 가지를 섞은 복합추출물이지 백수오 자체가 아닙니다. 그리고 인정된 기능성은 하나뿐입니다. 적하수오 단독으로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는 확인 범위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이엽우피소는 식품 원료 자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용 형태, 여기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세 식물 모두 식물학적으로는 덩이뿌리를 만듭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약용·식품에 쓰는 것은 적하수오와 백하수오뿐이고, 이엽우피소는 식품 원료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적하수오는 잎이 진 뒤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캐어 씻고 썰어 말립니다.

다만 백수오는 형태에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2017년 8월 식약처 발표에 따라 열수추출물로만 식품에 쓸 수 있습니다. 끓는 물로 추출한 형태입니다. 원물 분말을 그대로 쓰는 방식은 제외됩니다. 앞서 본 대로 분말 제품 17종이 전부 노출안전역 100 이하였기 때문입니다. 노출안전역은 실제 섭취량과 위해가 나타나는 양 사이의 여유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100 아래로 내려가면 안전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자가소비용 분말에 대해서도 섭취 가이드라인이 제시됐고, 분말이 든 한약제제는 잠정 유통·판매 중단 조치를 받았습니다.

같은 식물이라도 어떤 형태로 가공했느냐에 따라 규제 지위가 달라집니다. 이것은 하수오 이야기에서 자주 빠지는 부분입니다.

전통 문헌에 남은 기록

아래는 문헌이 그렇게 적었다는 사실이며, 현대의 안전성이나 유효성 판단과는 층위가 다릅니다.

앞서 인용한 2003년 연구는 『동의보감』(1613)에 백하수오의 사용 기록이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백하수오 계열 약재는 한국과 북한 약전 위주로 수재돼 있습니다. 중국·일본에도 두루 올라 있는 하수오와 유통 범위가 다릅니다. 백하수오는 한반도 쪽에서 상대적으로 더 쓰인 약재였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글은 원전 페이지를 직접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2003년 연구가 그렇게 정리했다는 층위까지만 적습니다.

식물명실도고에 실린 하수오 도판. 감아 오르는 덩굴과 잎, 작은 꽃이 달린 꽃차례, 아래쪽의 덩이뿌리를 함께 그렸다
오기준(吳其濬)의 『植物名實圖考』(1848)에 실린 何首烏 도판. 감아 오르는 덩굴과 심장 모양 잎, 작은 꽃이 촘촘히 달린 꽃차례, 그리고 아래쪽 덩이뿌리를 한 화면에 담았다. 옛 본초서가 이 식물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이며, 종 동정의 근거로 쓸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글의 결론은 조금 불편합니다. 말린 뿌리를 앞에 놓고 백하수오와 이엽우피소를 눈으로 가려낼 방법은 없습니다. 2014년 연구가 그렇게 적었고, 그 뒤로 나온 여러 편의 유전자 판별법 논문이 같은 사실을 반대편에서 확인해 줍니다. 색이나 단면으로 가려낼 수 있다는 설명을 만나면, 그 설명이 어디에 근거하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편이 낫입니다.

대신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름을 정확히 읽습니다. 하수오와 백하수오는 과가 다른 별개의 식물이고, 향명 층위에서는 둘 다 '하수오'로 불릴 수 있습니다. 무엇을 사는지 알려면 적·백 표기나 학명, 또는 한약재명이 함께 적혀 있는지 보아야 합니다.

형태를 확인합니다. 백수오는 열수추출물 형태로만 식품에 쓸 수 있습니다. 분말이나 환은 제외 대상입니다. 이것은 성분이 아니라 가공 방식에 걸린 제한이므로 제품 표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하수오는 별개의 문제로 다룹니다. 이 식물은 혼입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간손상이 보고돼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가 재투여를 피하라고 명시할 정도입니다. 진품이냐 아니냐의 질문과 안전하냐의 질문은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살아 있는 개체를 산에서 만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줄기를 자르면 협죽도과는 흰 유액을 내고 마디풀과인 하수오는 내지 않습니다. 덩굴이 감는 방향도 갈립니다. 식물은 살아 있는 동안 스스로 신분을 밝힌입니다. 다만 그 신호는 뿌리만 남기고 잘려 나가는 순간 함께 사라집니다. 2015년에 문제가 된 것은 그 사라진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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